[아무도안해서합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정말 간편해졌나?

[아무도안해서합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정말 간편해졌나?

기사승인 2017-01-31 15:42:58

[쿠키뉴스=심유철, 이승희 기자]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기간이 돌아왔습니다.

연말정산은 근로소득자가 1년 동안 낸 원천징수 세금과 기납부 세액을 비교하는 제도입니다. 기납부 세액이 많다면 세금을 환급받고, 부족하다면 더 내야 합니다. 1700만 근로자와 130만 원천징수의무자의 연말정산은 의무임에도 그 과정이 복잡해 불만이 높았습니다. 인적공제 항목 관계 코드, 기본공제 표기 등은 전문가 도움 없이 작성하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소득공제를 위해 제출해야 하는 각종 제출서류 발급 역시 불편했습니다. 이를 해소하고자 국세청은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근로소득 연말정산에 필요한 자료들을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받는 기능입니다. 근로자는 홈페이지에서 소득‧세약공제 증명자료를 확인, 공제 요건에 맞는 자료를 종이로 출력하거나 전자문서로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 수기로 작성하던 연말정산이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2016년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우선 근로자는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4대 보험료 자료와 폐업 의료기관의 의료비 자료를 온라인에서 조회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개선을 통해 접근성 역시 향상됐죠. 뿐만 아니라 초기화면에 연말정산 유형을 안내하거나, 근로자가 회사 전산 및 업무 환경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의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정말 근로자의 연말정산이 말처럼 간편해졌을까요? 기획취재팀 신입 기자의 생애 첫 연말정산 과정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홈택스 홈페이지 로그인은 ‘회원가입 없이 간편하게 이용’ 가능합니다. 단, 공인인증서가 있을 때 말이죠. 공인인증서는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인터넷뱅킹을 신청해야만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통장 비밀번호 등을 입력한 뒤 본인인증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기자처럼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사람은 보통 공인인증서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홈택스 로그인을 위해 공인인증서를 PC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약 1시간이 소요됐네요. 공인인증서를 집에 두고 온 동기는 연말정산을 시도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간편해졌다고 하기엔 로그인 단계부터 번거로웠습니다.

로그인 후 연말정산 자료를 조회했습니다. 제출 유형별 이용안내가 항목별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해당 항목을 클릭하니 많은 세부 항목들이 존재합니다. 

조회에 앞서 기간을 설정해야겠죠? 기자는 쿠키뉴스 입사 전 주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습니다. 일용직 근로자나 아르바이트로 번 소득은 금액과 상관없이 기본공제 대상입니다. 기간을 모두 체크했다면 항목별로 검색을 합니다.

지난해 지출 내역이 모두 나왔습니다.

‘한 번에 인쇄하기’ 버튼을 눌러 지금까지 조회된 내용을 프린트했습니다. 이게 끝이냐고요? 그럴 리 없죠. 빠진 항목들을 직접 적어 넣는 작업이 남았습니다.

국세청은 홈페이지에 ‘연말정산 간소화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영수증 발급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보여주므로 공제 요건 충족 여부를 근로자 스스로 확인하여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지출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것은 근로자의 몫입니다. 예를 들어 기자는 한 국회의원에게 10만원을 후원했습니다. 정치후원금의 경우 10만원까지는 100% 환급이 가능합니다. 제 피 같은 월급입니다. 돌려받아야겠죠? 

먼저 ‘공제신고서 작성’ 버튼을 누릅니다. 개인 신상정보를 작성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기자는 서울에 살고 있지만, 아직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주민등록등본상 ‘세대주’는 아버지로 되어있죠. ‘세대원’에 체크하겠습니다.

후원 단체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기부처의 상호가 나옵니다. 기자처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으니 주의하는게 좋겠죠? 횟수와 금액까지 입력하면 기부금 세액공제는 끝납니다. 

정치후원금뿐만 아니라 안경‧콘텍트렌즈 구매 내역 또한 공제 대상이라고 합니다. 자주 이용하는 안경원이 있다면 사업자등록번호를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또 빠뜨린 항목이 뭐가 있을까요? 잘 기억나지 않네요. 세무사를 고용해 일임하고 싶지만, 사회초년생의 월급으로는 어림없겠죠. 공제신고서를 프린트해 서명함으로써 연말정산은 끝났습니다. 반나절을 연말정산에 몰두했습니다. 

말뿐인 ‘간소화’ 서비스였을까요? 네티즌은 “연말정산 몇 번만 해보면 세무공무원 해도 되겠다” “사회초년생에게는 여전히 어렵다” “간소화? 환급액 계산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서류를 제출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공인인증서 인증 절차가 복잡하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연초마다 제공되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시스템 간소화에 앞서 국세청의 충분한 정보 제공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tladbcjf@kukinews.com, aga4458@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심유철, 이승희 기자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이승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