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소아청소년 과민성대장증후군, ‘안심과 여유’가 치료의 첫걸음

[건강 나침반] 소아청소년 과민성대장증후군, ‘안심과 여유’가 치료의 첫걸음

기사승인 2017-02-01 16:47:38

글‧김승 교수(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쿠키 건강칼럼] 소아청소년과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의 약 2~4%는 ‘배가 아프다’는 증세를 호소한다. 통증으로 병원에 오는 환자만 따지면 두통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환자수를 보인다.

복통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될 수 있다. 통증의 강도와 얼마나 빨리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도, 그리고 장기적으로 신체에 미치는 영향 등이 개별 환자마다 모두 다르다. 급히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과 직결되는 상황도 있는 반면, 경과관찰 만으로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통증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오랜 기간 배가 아파 혈액‧엑스선‧초음파‧CT 또는 내시경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시행해 봐도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의사들은 검사를 통해 객관적인 또는 뚜렷한 이상소견이 없음이 확인된 복통을 ‘기능성복통’이라 부른다. 소아청소년 시기의 기능성복통에는 기능성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증후군, 복부편두통, 미분류형 기능성복통의 네 가지 종류가 있으며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가장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의학적 진단 기준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시기에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음에도 복통이 한 달에 4회 이상 발생하여 2개월 이상 지속되고, 통증이 배변과 연관이 있거나 배변의 빈도 변화 또는 대변의 묽거나 단단한 정도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때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판단한다.

만약 변비 증세를 겪고 있다면 변비가 해결이 되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야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성인의 5∼15% 정도가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며, 영유아나 초등학생보다 중‧고등학생들이 훨씬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뇌(brain)와 장(gut) 사이의 상호작용이 정상적이지 못해 내장 감각이 예민해지고 장운동 흐름이 변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정확한 발병 과정은 아직 명확치 않다. 일부 유전적 요소나 감염‧염증 등이 증상 유발에 관여하며 심리적 스트레스도 증상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증상이 가벼운 경우가 많기에 질병이라 여기지 않아 병원을 찾지 않고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을 주고 삶의 질을 상당히 떨어뜨린다.

진료를 하다보면 배에서 소리가 많이 나는 아이, 잦은 방귀로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 아이, 학교에서의 화장실 이용을 억지로 참아 힘든 아이, 배가 불편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 유독 시험 때면 증상이 심해져 실력발휘를 못하는 아이를 만날 수 있다. 모두가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 경우다.

아침에 배가 아파 결석하는 아이도 있으며 심하면 이런 상황들에 적응하지 못해 휴학 또는 중퇴하거나 우울 증세를 겪는 아이도 있다. 이렇듯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생명을 앗아가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특별한 신체적 원인으로 발생한 질환보다 삶의 질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특히 소아청소년 시기는 성인과 달리 신체적‧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해 대응하는 기술이 부족하기에 증상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노력과 관리가 필요하다. 전문가와의 상담은 증상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치료 목표는 증상을 완전히 제거하기보다 완화시켜 큰 지장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둔다. 심각한 질환이 아님을 알려줘서 안심하도록 만드는 것이 치료의 첫 단계이다. 충분히 안심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일부 완화된다.

만약 확실한 유발요인이 발견된다면 제거하여 도움을 준다. 개인차가 크지만 기름진 음식, 유제품, 과식 등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험을 볼 때,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등 특정 상황에서 증상이 발생한다면 미리 화장실에 가서 변을 보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잘 분해되지 않는 당(糖) 성분을 줄인 ‘저(low) 포드맵(FODMAP) 식단’이 과민성 대장증후군 증상 완화에 도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 요법이 도움 되는 경우도 있다. 증상에 맞춰 변 완화제, 장운동 조절제, 정장제 등을 사용하거나 우울 증세를 극복할 수 있는 계통의 약물도 활용된다.

소아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에게 강요되는 치열하면서 각박한 생활상은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배려해주기보다 놀리거나 따돌리는 분위기가 더욱 힘들게 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아이들이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어른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요즘이다.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