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정부부처와 기업이 현실적인 추적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GMO 완전표시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란 가공제품에 GMO DNA가 남아있지 않더라도 원재료를 GMO 작물을 사용했다면 이를 표시해야한다는 개정안이다.
◇ 반쪽뿐인 개정안… 소비자는 알 길 없어
지난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위생법 등의 개정을 통해 가공제품의 유전자변형 DNA 단백질표기방안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원재료 성분함량 순서대로 5위까지만 GMO 포함 여부를 표기했던 기존과는 달리 전체로 확대되며, 제품 겉면에 표시되는 GMO 표시 글자도 12포인트로 커진다.
반대로 처음부터 GMO로 개발되지 않은 쌀, 바나나 등에 ‘Non-GMO’ 표시로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꼼수도 금지된다.
식약처는 이번 표기법 개정 근거에 대해 식품위생법 제12조의2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17조의2에 따라 GMO 표시 범위를 DNA가 남아있는 식품으로 확대해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완전표시제’와는 거리가 멀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도의 정제로 유전자변형 DNA가 남아있지 않은 식용유 간장 당류 등은 현행과 같이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간 GMO 완전표시제 관련해 시민단체와 정부부처와 제조업체의 의견 대립은 계속돼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와 아이쿱 생협 등 시민단체는 일상에서 쉽게 GMO 제품을 접할 수 있는 만큼 ‘알 권리’를 주장해왔다.
실제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용유와 캐놀라유, 올리고당, 물엿, 간장 제품 중 국산 원물을 사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GMO 작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 중 GMO 표시가 된 제품은 단 한 건도 없다.
◇ “현실적으로 어려워” VS “의지의 문제” 대립
제조업체에서는 들여오는 대두유와 대두 등 작물을 GMO 작물인지 확인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완전표시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반 기업이 수입되는 GMO 농작물을 이력, 추적관리를 통해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정부와 업체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실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GMO 작물이 국내로 들여올 때 구분유통증명서를 통해 확인하고, 유통단계에서 이 증명서를 이관하게 해 최종 제조판매처에서 서류 확인 뒤 GMO 포함 여부를 표기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이쿱 생협 관계자는 “실제 유럽에서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제조돼 들어오는 GMO식품의 경우 수입국 권한으로 관련서류를 요청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08년 당시 식약처도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하겠다고 고시했지만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올라간 뒤 표류되다가 폐기된 바 있다”면서 “기술이나 절차상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여러 소통 창구를 열어두고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만큼 도출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을 충분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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