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개소주로 돌아온 ‘창녕 매실이’ 진돗개

일주일 만에 개소주로 돌아온 ‘창녕 매실이’ 진돗개

기사승인 2017-02-15 12:43:43

 

[쿠키뉴스 창녕=강승우 기자] “어머니! 잃어버린 매실이 찾았습니다.”

혹시나 했던 마음에 헐레벌떡 형사들을 반겼던 생후 7개월 진돗개 매실이견주 박모(49)씨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지난 14일 저녁 경남 창녕군 박씨의 집을 찾은 형사들은 강아지 매실이가 아닌 한약 상자를 들고 왔다.

알고 보니 이 상자는 한약재와 개를 고아 삶아 만든 개소주로, 한 때는 분명 매실이였다.

 

대체 매실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매실이가 사라진 건 지난 7일 오후 1시께.

박씨가 차를 몰고 집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갔다가 돌아와 보니 기르던 4마리 개 가운데 매실이만 보이지 않았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까지 오는데 불과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걱정이 앞선 박씨는 온 동네를 이 잡듯 돌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다급한 마음에 매실이를 찾는다는 현수막도 동네 어귀에 내걸고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매실이 행방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던 중 박씨는 우연히 한 동네 주민에게서 누군가가 매실이를 데려가는 것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 근처의 주유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보니 차량에서 내린 운전자가 매실이를 데려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박씨가 마트를 간다며 집을 나선 직후였다.

박씨 가족은 매실이 행방과 함께 누구의 소행인지 확인하기 위해 창녕경찰서에 신고했다.

뒤늦게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택시기사 A(73)씨였다.

박씨 가족은 매실이를 데려간 사람을 찾았다는 말에 부리나케 경찰서를 찾았다.

A씨는 좋은 곳에 보내주려고 인근 과수원에 묻었다고 했다.

박씨는 비록 매실이가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A씨 덕에 그나마 수습을 잘해 다행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에 박씨는 매실이를 직접 묻어주고 싶어 A씨에게 매실이 사체를 찾아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A씨가 돌연 다른 곳에 버렸다는 등 말을 바꾸며 횡설수설하자 박씨는 불길함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박씨의 그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경찰이 지워진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한 결과 A씨가 매실이를 경북 청도의 한 개소주집에 데려간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박씨는 A씨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매실이를 개소주로 만든 건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발견했을 때 이미 죽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씨 가족은 A씨가 계속 말을 바꾸는 것으로 미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이미 숨진 매실이를 가져간 것으로 보고,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를 적용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매실이가 살아 있었다면 동물보호법 위반, 절도 등 A씨 혐의가 달라졌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죽은 개를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죽은 개라도 단순히 버려진 사체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개소주를 만드는 등 재산적 가치가 완전히 없다고 보기는 어려워 A씨에게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를 적용해 조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우리에게는 가족인 매실이의 남은 흔적이라도 찾고 싶었는데 너무 허망한 일을 당해 가슴이 아프다2, 3의 매실이 사건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이에 대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우리나라에 아직 만연한 개고기 풍습 때문에 개와 고양이 등 동물을 학대하거나 함부로 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전반적으로 동물보호법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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