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광화문…‘촛불vs태극기’ 탄핵 두고 격돌

분열된 광화문…‘촛불vs태극기’ 탄핵 두고 격돌

기사승인 2017-03-01 21:45:56

[쿠키뉴스=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이승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두고 서울 광화문 광장이 둘로 나뉘었다. 

3·1절인 1일 오후 5시 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하는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황교안 퇴진! 3·1절 맞이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이 열렸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주최측 추산 30만의 인파가 운집했다. 


최영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기조 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최후변론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왜곡보도와 촛불’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항변했다”면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으로 임기를 시작해 집권 2년 차에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고, 구조작업을 제대로 펼치지 않은 것도 모자라 진실규명까지 방해했다. 이게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박 대통령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연단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모인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모두 유관순 열사”라며 “탄핵이 완수 되고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박근혜 정부는 한마디 말도 없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진행했다”며 “박근혜를 탄핵하고,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발언을 마친 후, 무대에 서서 ‘아리랑’을 불렀다. 


이날 광장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 불발된 것에 대해 불만도 표출됐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전희자(46·여)씨는 “국가가 제 역할을 온전히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전씨는 “태극기 집회 측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빨갱이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다”며 “SNS에 떠도는 ‘가짜뉴스’를 맹신하는 일 또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1분간 촛불을 끈 후, 붉은 종이를 대고 다시 불을 켜는 ‘레드카드 퍼포먼스’와 촛불 파도타기 등이 진행됐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효자로를 통해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시민들은 “박근혜 신속탄핵” “황교안 퇴진” “특검법 직권상정” 등의 구호를 외쳤다. 청와대 200m 앞에 도착한 이들은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복귀해 집회를 이어나갔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광화문광장 남측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제15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태극기는 물론이고 성조기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까지 등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유관순 열사의 순국정신을 이어받아 나왔다”면서 “이제는 촛불보다 태극기가 더 많다. 헌법재판소는 눈치를 보지 말고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만한 중대한 사유가 있는지 현명히 판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도 ‘국회의 탄핵 소추는 사기’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변호사는 “이번 탄핵은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부끄러운 탄핵”이라면서 “최순실 일당의 잘못을 박 대통령에게 덮어씌웠다. (소추위원 측이) 법을 알고 있는지, 법과대학을 졸업한 게 맞는지 의심된다”고 비난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최모(62·여)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박 대통령이 단 1원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고영태의 농간에 속은 것”이라면서 “한·미 연합이 굳건해야 우리나라가 안전하다고 생각해 성조기를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본집회를 마친 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청와대, 헌법재판소, 을지로 방면 등 다섯 갈래로 행진했다. 이후 오후 7시쯤 집회 종료를 선언하고 해산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간의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한 50대 남성이 손가락을 자른 채 태극기집회에 참석, 이를 발견한 경찰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남성은 경찰에 “안중근 의사가 3.1절에 독립운동을 한 것처럼 하고 싶었다”고 손가락을 자른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 경비병력 202개 중대 1만6000명을 투입하고, 광화문 광장 주변에 차벽을 설치해 양측을 분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차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격렬한 시위를 이어갔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min@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이승희, 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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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이승희, 박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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