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쿡!찍어뷰] ‘가자미’ 김현민이 KT에 꼭 필요한 이유

[KBL 쿡!찍어뷰] ‘가자미’ 김현민이 KT에 꼭 필요한 이유

기사승인 2017-03-10 09:21:41


[쿠키뉴스 고양체육관=문대찬 기자] “탈꼴찌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 너무 기뻐요. 타이트한 일정인데도 선수들이 잘 이겨내 줘서 고맙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김현민이 밝힌 소감이다. 특유의 수더분한 미소와 함께였다. 김현민은 이날 13득점 8리바운드로 활약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잡아준 리바운드도 눈에 띄었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두 번의 덩크슛이었다.

첫 번째 덩크 슛은 2쿼터 초반에 나왔다. 양 팀의 실수로 빚어진 혼전 상황에서 이재도가 찔러준 패스를 그대로 덩크 슛으로 연결시켰다. 오리온의 에이스 이승현을 앞에 두고 내리꽂은 짜릿한 인 유어 페이스(in-your-face) 덩크였다. 

직전의 덩크 슛이 기세를 가져왔다면 두 번째 덩크 슛은 팀 승리를 자축하는 축포였다. KT는 4쿼터 중반까지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었으나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헤인즈에게 동점을 허용했다. 승기도 급격히 오리온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KT는 골밑 우위를 이용해 공격권을 연거푸 얻어냈다. 결국 경기 종료 1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이재도가 건네준 공을 김현민이 호쾌한 덩크 슛으로 연결시키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위의 상황에 대해 김현민은 “재도가 밥상을 다 차려줬다”며 수훈을 이재도에게 넘겼다. 그러자 이재도는 “정말 멋있는 덩크였다. 형이 다 한 것이다. 옆에서 보는 내가 다 짜릿했다”면서 되려 김현민을 챙기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김현민은 쐐기 슬램덩크를 선보인 후 포효했지만 사실 경기를 돌아보면 막판 덩크 슛이 이뤄지는 과정은 냉정하지 못했다. 오리온의 작전타임이 하나 더 남아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역전 가능성이 있었다. 하프라인에서 시작하는 1초는 결코 짧지 않다. 실제로 4쿼터 종료 1초를 남기고 헤인즈가 버저비터를 터뜨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현민이 박수 받아 마땅한 이유는 그의 태도와 현재 KT가 취하고 있는 방향성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김현민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기로 유명한 선수다. 조동현 감독도 시즌 중간 중간 김현민의 헌신을 조명하며 칭찬했다. 핼쑥한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 쉬지 않고 움직이는 다리는 어느덧 김현민을 설명하는 이미지가 됐다. 근래에는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경기 빈도도 높아지면서 KT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조동현 감독은 “여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노력을 한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 않나 싶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미흡할 수 있지만 10개 구단 중 가장 성실한 선수다”라며 김현민의 태도를 칭찬했다. 

KT는 세대교체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 당장의 성적보다 1년 혹은 2년 후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김현민의 우직함과 성실함은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다. 또 다소 완벽한 플레이는 아니더라도 경기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재도는 “팀이 최하위다 보니 두려움이나 부담이 없다”며 “현재의 상황이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도와 김현민이 연장전 막바지에 보인 ‘덩크 쇼’는 분명 좋은 플레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멋없는 플레이는 아니었다. KT의 젊은 선수들에게는 김현민이 가진 다소 어리석을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가 절실하다. 부담과 두려움은 조금 덜어도 좋다.

김현민은 올 시즌 평균 7.3득점 3.9 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마침 내년엔 FA를 앞두고 있다.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김현민도 “열심히 해서 더 평가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도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꼴등 탈출을 목표로 팀을 위해 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재진과의 만남이 마무리되기 전 김현민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지난 1일 전자랜드와 치른 경기가 못내 마음에 남는 모양이었다. 그날 경기에서 김현민은 4쿼터 막판 의아한 실책을 연달아 저지르며 팀을 패배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김현민은 “많은 시간 뛰는 건 아니지만 역적이 될 때가 많다. 잘한 날엔 이겨도 티가 별로 안 나는데 실수로 지는 날엔 티가 많이 난다.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조동현 감독의 말처럼 김현민은 기술적인 면에서 훌륭한 선수는 아니다. 인기 농구 만화의 명대사를 빌려 설명하자면 김현민 도미보다는 가자미에 가까운 선수다.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는 그는 분명 KT에 꼭 필요한 존재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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