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 사람을 위한 대선 출마

[친절한 쿡기자] 한 사람을 위한 대선 출마

한 사람을 위한 대선 출마

기사승인 2017-03-15 14:20:12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고려의 충신 정몽주는 이성계의 ‘하여가’를 ‘단심가’로 응수하며 절개를 지켰습니다. 중국 주나라의 백이와 숙제 두 형제는 은나라 주왕을 멸하려는 무왕의 통치를 거부하고 수양산에 들어 고사리로 연명, 절의를 지켰죠. 이들을 잇는 새로운 충절의 아이콘이 등장한 걸까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김 의원은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처음부터 태극기 민심과 눈물, 좌절을 함께 한 사람으로 온몸을 던져 특검 연장도 막아냈다”며 “제가 대선 후보가 되면 탄핵으로 인한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박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몇 달 간 눈보라 치는 거리에서 태극기를 들고 목이 터져라 탄핵무효를 외쳤지만 그 누구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며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이 탄핵 이후 출마를 권유했고, 어제는 제 지역구 사무실에서 출마 촉구 시위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상처를 어루만져 드리겠다”며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 역사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 의원은 또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를 우뚝 세우겠다. 민주노총, 전교조로 나라가 좌경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김 의원은 “폭력시위도중 사망한 백남기씨는 기억하면서 친박집회에서 사망한 세분의 열사는 기억하지 못한다”며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진 국정교과서는 전국 중고교 중 단 한 곳에서만 채택됐다”고 개탄했습니다.

김 의원의 대선출마에 야권은 일제히 반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정의당은 이날 한창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뛰는 꼴”이라며 “염치없기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파면돼 물러났으니 자신이 박사모를 규합해 리틀 박근혜라도 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망령을 자처하는 모습에서 양심 없는 인간의 한계를 확인한다”고 비난했죠.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 노릇을 하려면 법사위 간사 자리부터 내려놓으시라”고 김 의원을 향해 일갈했습니다. 박 의원은 “본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은 물론 스스로 박 전 대통령의 법률 보좌관을 자임하고 나선 이상, 법사위 간사 직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네티즌들도 공분하고 나섰는데요. 이들은 각종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환관이 왕이 되겠다는 소리하네” “이쯤 되면 박 전 대통령에게 약점 잡혔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일말의 양심도 없나 봐요. 9명이나 출마 선언 한 것 보면” “법치주의를 주장하면서 탄핵당한 대통령을 옹호하겠다?” “박근혜  한 사람 지키기 위해 대통령 되겠다는 김진태”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에 국민은 지난 몇 달간 실의와 자괴감에 빠져 살았습니다. 대통령이 탄핵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가 아문 것은 아니죠. 민주적 절차로 파면된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대선에 출마한 김 의원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출마 촉구 시위가 진행된 장소는 강원 춘천 김 의원 사무실 앞입니다. 이곳에서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과 김 의원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능력은 김 의원이 지키려 하는 그분의 불통 자세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김 의원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또 그가 밝히고 싶은 진실이란 무엇일까요. 대통령은 국민을 대신하는 자리이지 한 사람 비호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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