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담뱃세 인상과 경고그림 등 규제 속에 국내 담배 제조업체들이 가열 전자담배 수입을 추진한다. 관련업계에서는 현재 세제가 정비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수익성 여부에 차이가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과 브리티쉬아메리칸타바코(BAT) 등 글로벌 담배 제조사들이 연초 담배제품에서 전자담배 제품 개발 등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비가격정책과 가격정책으로 급변하는 연초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먼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은 필립모리스다. 필립모리스는 신종 비(非) 발화성 가열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내달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AT 역시 글로와 아이퓨즈 등 가열담배 전자담배 제품을 유럽과 아시아 국가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 만큼, 제세기준이 확정될 경우 곧바로 국내 판매를 진행할 수 있다. KT&G 역시 전자담배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열 전자담배는 기존의 혼합형 액상 전자담배가 아닌 궐련형 전자담배다. 궐련형태의 고체형 스틱을 가열해 생성되는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와는 달리 직접 연초를 사용하고 스틱 자체도 궐련 형태를 띄고 있어 일반 담배와 맛과 향 등이 가장 비슷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필립모리스와 BAT는 각각 아이코스와 글로라는 이름의 제품을 일본시장에 먼저 내놓아 시장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는 일본 담배시장 내 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0.8% 수준에서 최근 6.8% 가까이 신장해 가능성을 보였다.
비발화 가열담배에 있어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제세다. 기존의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의 경우 제세에 차이가 있어 연초의 타격이 크지 않았지만, 액상을 사용하지 않고 궐련형 스틱을 사용하는 만큼 궐련과 비슷한 제세형태를 띌 가능성이 크다.
연초 고형물 형태의 전자담배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현재 제세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기존 전자담배는 물론 연초보다도 월등히 싼 가격이 형성된다. 담뱃값 인상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과 개별소비세, 폐기물 부담금 등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틱 무게가 6g 아이코스 기준 부과되는 제세는 담배소비세 528원과 지방교육세 232원으로, 여기에 국민건강증진기금 등이 추가되는 연초에 비해 절반 수준의 세금이 매겨진다.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 액상은 세금만 1㎖ 당 1799원에 달해 사실상 가격경쟁 자체가 어렵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대로 세제가 굳어진다면 세수손실을 피할 수 없다. 연초 흡연자가 비발화 가열 전자담배로 이동하는 큼 세수 손실로 직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담배로만 12조원에 가까운 세수를 거둬들였다. 따라서 신규조항을 신설하거나 규제를 덧씌울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비 발화 가열전자담배 제세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급작스런 규제를 신설할 가능성은 낮지만 아예 없다고 낙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흡연형태가 가장 비슷한 일본에서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비 발화 가열 전자담배로 인한 국내 담배시장 판도 변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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