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세월호가 뭍으로 들어온다.
31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 있던 세월호가 목포 신항으로 이송됐다. 침몰한 지 1081일 만이다.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한민국은 파란을 겪었다. 가장 큰 변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국민은 직접 뽑은 대통령을 파면시켰고, 그렇게 파면된 전 대통령은 구속됐다.
'세월호에 발목 잡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세월호는 박근혜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다. 유가족과 국민이 더욱 분노한 이유는 미흡한 초동대처, 국가 원수의 직무 유기뿐 아니라 세월호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에 있었다. 그리고 그 태도는 박 전 대통령의 '말'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발언을 정리해봤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박 전 대통령은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첫 보고를 받은 지 7시간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지금 이제 5시가 넘어서 일몰 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어떻게든지 일몰 전에 생사확인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입니다. 그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지금요?"
파장은 컸다. 박 전 대통령이 중대본을 찾은 건 오후 5시15분. 그러나 세월호는 오전 11시30분 뱃머리만 남기고 완전히 물속에 잠긴 상태였다. 대통령이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불씨는 자연스럽게 박 전 대통령이 해명하지 못한 7시간으로 옮겨붙었다.
청와대는 무려 3년 뒤 늦은 해명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지난 1월 "해당 발언은 배가 일부 침몰해 선실 안이 침수됐더라도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니 물에 떠 (선실 내부에) 있을 것이므로, 특공대를 투입해 발견할 수 있지 않으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밝혔다. 또 "전체 대화 내용을 보면 전후 맥락상 이상한 점이 없는데 일부만 거두절미해 사실이 왜곡, 오도됐다."고 말했다.
▲ "최혜경씨, 정한선씨"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5월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진행했다. "어린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고(故) 권혁규군,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고 정차웅군,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정작 본인은 돌아오지 못한 고 최덕하군. 그리고 제자들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고 남윤철, 최혜경 선생님.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생을 마감한 고 박지영, 김기웅, 정한선님과 양대홍 사무장님, 민간 잠수사 고 이광욱님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봅니다."
문제는 세월호 의인들의 이름을 부르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혜정을 최혜경, 정현선을 정한선으로 틀리게 말한 것이다. 대국민담화 영상 자막에도, 청와대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담화 원고에도 이름은 최혜정, 정현선으로 나와 있었다. 물론 실수다. 청와대도 당시 울먹이며 이름을 부르다 나온 발음 실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세월호 참사 관련 첫 대국민담화였다. 애끓는 유가족의 심경과 헤아렸다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 실의에 빠진 국민 역시 실망하긴 마찬가지였다.
▲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요?"
지난 1월 당시 탄핵심판으로 직무정지 상태에 처한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을 해명하며 이렇게 언급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이번에 소추 그것도 됐고, 또 특검에도 대상이 된 세월호 문제인데, 그것도 그동안에 처음에는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요,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는데 대통령이 밀회를 했다' 이런 정말 말도 안 되는, 누가 들어도 얼굴 붉어질, 어떻게 보면 나라로서도 '대한민국이 그래?'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2016년도, 2015년도 아니다. 전 국민이 아는 '2014년 4월16일'을 그만 기억하지 못했다. 단원고 희생자인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자 간담회 영상을 공개하며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을 기억도 못 하고 언제인지도 모르는데 구조에 관심이나 있었을까"라고 비판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또 이런 말을 남겼다. "아침부터 중대본에 가서 또 회의하고 이런 모든 것이 대통령으로서 나름대로는, 물론 현장에서 챙겨야 될 것이 있고, 또 거기 119도 있고 다 있지 않겠습니까? 거기에서 제일 잘 알아서 하겠죠, 해경이. 제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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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