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틀리프 막힌 삼성, 플랜 B가 없었다

라틀리프 막힌 삼성, 플랜 B가 없었다

기사승인 2017-04-04 21:44:02

[쿠키뉴스 삼산체육관=문대찬 기자] 라틀리프가 꽁꽁 막히자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다. 외곽포까지 림을 외면하면서 무기력하게 패했다.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 삼성은 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 원정 경기에서 78대86으로 패했다.

경기 종료 직전 힘을 발휘했으나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3쿼터가 치명적이었다. 3쿼터에만 20점차 가까이 점수가 벌어지면서 일찌감치 승기가 전자랜드 쪽으로 기울었다.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마이클 크레익의 기행은 차치하고서라도 ‘창’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 패인 중 하나였다.

삼성의 공격 전술은 제공권을 기반으로 한다. 그 중심에는 35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 라틀리프가 있다. 라틀리프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뛰면서 평균 23.6득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속에서도 꿋꿋이 제 몫을 해냈다. 

정규시즌 후반 외곽슛과 속공에서의 강점을 상실한 삼성이 3위 자리를 사수할 수 있었던 데는 라틀리프의 공이 컸다. 삼성 전력의 8할은 라틀리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타 팀 감독과 선수들도 그가 가진 높이와 안정성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는 달리 말해 삼성의 약점이기도 했다. 공격 비중이 지나치게 라틀리프에게 편중돼있다 보니 라틀리프가 막히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라틀리프는 삼성이 승리한 1차전에서 22득점 18리바운드로 골밑을 점령했다. 이에 힘입어 팀 리바운드 개수도 삼성이 전자랜드에 41대27로 크게 앞섰다. 4강 PO 진출도 순탄해 보였다. 

하지만 2차전 전자랜드가 커스버트 빅터를 선발로 내세우며 골밑 수비에 무게를 싣자 양상이 달라졌다. 라틀리프는 전반전 시도한 11개의 야투 중 단 4개만을 성공시키며 고전했다. 라틀리프 한 명에게 네 명의 선수가 협력 수비를 펼치며 유기적인 움직임 자체를 차단했다. 라틀리프가 봉쇄당하자 삼성은 속수무책 무너지며 큰 점수차로 패했다.

라틀리프는 이날 3차전에서 25득점 15리바운드로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1쿼터 2득점에 그쳤고 경기가 급격히 기울었던 3쿼터에는 4득점 1리바운드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빅터를 앞세운 압박 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골밑에서 제대로 공을 잡지조차 못했다. 외곽으로 나와 공을 주고받는 모습만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팀 전체 리바운드 개수도 1차전과 달리 36대39로 뒤처졌다. 

유일한 강점인 높이에서 밀리자 삼성은 전자랜드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라틀리프가 침체됐는데도 삼성에겐 돌파구가 없었다. 3점슛은 번번이 림을 외면했고 고비 때마다 찾아온 기회는 실책으로 날려버렸다. 해결사도 없었다. 부상을 안고 있는 문태영이 뒤늦게 활약했지만 때가 늦었다. 이날 컨디션이 괜찮았던 임동섭도 파울 트러블에 걸려 위축됐다. 

1차전을 승리하며 95%의 높은 확률로 4강 PO를 바라보고 있던 삼성은 연이은 패배로 탈락 위기에 처했다. 마이클 크레익의 활용 문제, 전자랜드의 압박 수비 파훼법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6일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 플랜 B가 절실한 때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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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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