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크레익이 달라졌어요’ 마이클 크레익, 머리 깎고 환골탈태

‘우리 크레익이 달라졌어요’ 마이클 크레익, 머리 깎고 환골탈태

기사승인 2017-04-08 16:32:52

[쿠키뉴스 잠실실내체육관=문대찬 기자] 머리카락만 잘랐을 뿐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크레익에게도 기분 좋은 ‘머리카락 징크스’가 생길 전망이다. 

마이클 크레익이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5차전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15득점 4리바운드 6어이스트 2스틸로 활약하며 팀의 4강 PO진출을 이끌었다. 이전 시리즈와는 다른 모습으로 홈팬들의 함성을 연거푸 이끌어냈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삼성의 복덩이가 됐던 크레익은 정규시즌 후반 라운드부터 무리한 플레이와 잦은 실책으로 질책 받았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골칫거리였다. 크레익은 4차전까지 평균 21분을 뛰며 평균 11.8득점 5.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기록상으로는 준수한 모습이지만 경기 내용을 뜯어보면 실망스러웠다. 

지나치게 오래 볼을 소유하는 습관이 문제로 지적됐다. 패스를 받으면 주변 동료를 활용하기보다 본인이 해결하겠다는 욕심이 과했다. 공격이 여의치 않을 때도 무리한 슛을 시도하며 재차 공격권을 전자랜드에 넘겨줬다. 어쩌다 패스를 하더라도 공격 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소위 ‘죽은 볼’을 동료에게 떠넘기기 일쑤였다. 손쉬운 속공 상황에서 덩크슛 등의 과한 연출로 득점에 실패하기도 했다. 4차전까지 기록한 턴 오버만도 12개나 됐다.

크레익의 기행에 팀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이상민 감독은 4차전에서 크레익을 잠시 교체하는 방법 등을 모색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달리말해 크레익은 양날의 검이었다. 

그런 크레익이 8일 경기를 앞두고 덥수룩한 머리를 짧게 깎았다. 결자해지로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크레익은 지난해 12월에도 머리를 깎은 바 있다. 

당시 머리를 민 크레익에게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머리를 깎기 전 17경기에서 평균 15.4득점 6.5리바운드 4.4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26.3%를 기록한 반면 이후 7경기에서는 평균 15.0득점 7.6리바운드 6.3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44.4%로 공격 스탯이 두루 향상된 모습이었다. 30일 KT전에서는 트리플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짓는 이날 경기에서도 크레익의 머리카락 징크스는 유효했다. 크레익은 1쿼터 막판 투입돼 어시스트 하나를 기록하며 몸을 풀더니 2쿼터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8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2쿼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볼 소유를 최대한 줄인 점이었다. 크레익은 볼 배급에 주력하며 공간 창출에 애썼다. 무리한 슛 시도도 없었다. 협력 수비가 몰린 틈을 타 외곽에 있는 선수들에게 빠르게 볼을 돌렸다. 특히 2쿼터 3분여가 지난 상황에서 이동엽-주희정과의 패스 연계로 만들어낸 3점슛은 압권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루즈볼에 대한 집념이 상당했다. 제임스 켈리에게서 가로채기를 시도해 볼이 뒤로 흐르자 몸을 던져 라틀리프에게 연결하는 허슬 플레이까지 보였다. 라틀리프가 건네받은 볼을 그대로 덩크로 연결시키면서 분위기는 삼성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또 적절한 순간 3점슛을 터뜨리는 등 이전과는 다른 정확한 야투율로 득점에 가담하기도 했다.

탄력을 받은 크레익은 거침없었다. 3쿼터에도 3점 슛 1개 포함 7득점 1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리며 전자랜드와 점수 차를 67대56으로 크게 벌리는 데 기여했다. 

경기 후 크레익은 머리를 짧게 깎은 것에 대해 “별 의미가 없다. 잘 보이고 싶었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오늘 같은 날은 꼭 이기고 싶었다. 그 동안 우리가 에너지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모습을 깨부수기 위해 허슬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다”며 경기를 앞둔 각오가 남달랐음을 전했다.

이에 동료 임동섭도 “크레익의 허슬 플레이를 보면서 나도 경각심을 느꼈다”며 “허슬 플레이가 팀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이전 시리즈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고양 오리온과의 맞대결 기대감을 부풀렸다. 라틀리프 의존도를 줄인 것과 동시에 환골탈태한 크레익까지 얻었다. 외곽포가 살아난 것은 덤이다. 삼성은 11일 오리온과 PO 1차전을 치른다. 앞으로 3일. 크레익이 작심삼일에 그치지만 않는다면 11시즌만의 플레이오프 우승도 꿈만은 아니다. 

mdc0504@kukinews.com

사진=KBL 제공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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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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