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점차 대승’ 서울 삼성, 무엇이 달라졌나

‘17점차 대승’ 서울 삼성, 무엇이 달라졌나

기사승인 2017-04-08 18:03:27

[쿠키뉴스 잠실실내체육관=문대찬 기자] 삼성이 전자랜드와의 치열한 접전을 매듭지었다. 이전 시리즈와 달라진 모습으로 17점 차 대승을 거뒀다. 고양 오리온과의 4강 맞대결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서울 삼성은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5차전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90대73으로 승리했다. 일찌감치 승부의 추가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삼성은 이날 2쿼터와 3쿼터 맹폭을 퍼부으며 전자랜드 선수들의 전의를 꺾었다.

외곽포가 살아났다. 삼성은 승리를 거둔 1차전에서는 47.1%의 3점슛 성공률을 보였지만 패배한 2차전과 3차전에서는 각각 30.8%, 31.3% 성공률로 고전했다. 가까스로 승리한 4차전에는 24.7%까지 하락하며 고민을 안겼다. 40득점 16리바운드를 기록한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달랐다. 초반부터 3점포가 터졌다. 심지어 센터 김준일과 정규시즌 단 하나의 3점슛도 넣지 못했던 라틀리프마저 림에 볼을 꽂아 넣었다. 특히 임동섭과 주희정은 1쿼터와 4쿼터 결정적인 순간마다 3점 슛을 성공시키며 점수 차를 벌렸다. 경기가 종료된 후 삼성의 3점슛 성공률은 57%에 달했다. 23개를 던져 13개를 성공시켰다. 삼성의 시즌 3점슛 성공률인 34.88%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아진 수치다.

자연스레 라틀리프에 대한 의존도도 줄었다. 삼성의 공격 전술은 제공권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 중심에는 라틀리프가 있다. 그러나 이는 달리 말해 라틀리프만 봉쇄하면 힘이 다소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은 2차전과 3차전 전자랜드의 압박 수비에 라틀리프가 공을 잡기조차 버거워하면서 연달아 승리를 내줬다. 전자랜드 장신 포워드 정효근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4차전 경기에서 라틀리프가 보여준 위력도 반감됐을 가능성이 컸다. 

4차전의 활약을 의식해 전자랜드도 적극적으로 라틀리프를 수비했다. 라틀리프는 섣불리 골밑으로 들어가지 못해 평소에 잘 쏘지 않는 미들레인지 점퍼를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볼이 림을 외면했다. 라틀리프는 전자랜드의 수비가 헐거워진 4쿼터 전까지 총 12득점에 그치며 침체됐다. 4쿼터에야 연달아 12점을 올리며 자신의 평균 득점에 수렴했다.

전자랜드는 3쿼터까지 라틀리프를 봉쇄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아웃사이드 플레이를 간과한 오판이 됐다. 이상민 감독은 4차전 경기 후 “인사이드에서 파생되는 공격이 많아 나와야 한다. 아웃사이드에서 득점이 더해지면 분명히 승리와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라틀리프에게 수비가 몰리자 외곽에 공간이 창출됐다. 1쿼터 초반 연달아 터진 임동섭의 3점슛은 인사이드에서 비롯된 패스로부터 만들어졌다. 2쿼터 3분여를 남긴 상황에서 마이클 크레익과 이동엽 그리고 주희정이 연계해서 이끌어낸 3점슛 역시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의 유기적인 패스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불어 국내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친 것도 수확이었다. 임동섭과 문태영이 13득점을 올렸고 주희정도 9득점을 올렸다. 전자랜드로서는 특정 선수를 골라 수비하기엔 부담이 따랐다. 

골칫거리였던 마이클 크레익의 변화도 반가웠다. 크레익은 이날 15득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이전 시리즈와 기록적으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됐던 지나친 볼 소유를 줄였고 팀플레이에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크레익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머리를 짧게 밀었다. 결자해지로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가 보였다. 크레익은 결정적인 가로채기를 비롯해 루즈볼을 몸을 던져 걷어내는 등 헌신적인 플레이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에 선수들의 사기도 올라갔다. 임동섭은 경기 후 크레익에 대해 “허슬 플레이를 보고 많이 느꼈다”며 “선수단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칭찬했다. 

달아오른 선수단 분위기에 이상민 감독도 고무됐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4차전과 5차전을 통해 삼성만의 농구를 되찾았다”고 평하며 “힘든 시리즈를 선수들이 정신력으로 극복해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당장의 승리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 감독은 “오리온은 헬프 수비와 트랜지션 공격에 뛰어나다. 3점슛도 좋다”며 이에 대한 대비 역시 철저히 하겠다고 전했다.

삼성은 11일 고양 오리온과 4강 플레이오프 첫 맞대결을 치른다. 정규시즌 성적은 2승4패로 열세다. 챔프전 진출 확률을 높이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라도 1차전 승리는 중요하다. 이날 경기의 기세를 고양까지 가져가는 것이 삼성의 숙제다. 

mdc0504@kukinews.com

사진=KBL 제공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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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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