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틀리프 딜레마’ 약속된 플레이로 풀었다

삼성 ‘라틀리프 딜레마’ 약속된 플레이로 풀었다

기사승인 2017-04-11 20:42:55

[쿠키뉴스 고양체육관=문대찬 기자] “라틀리프도 이제 트랩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더라”

견고한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도 약점이 있다. 상대방의 트랩 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빈 곳으로 찔러주는 패스와 피딩 능력이 부족해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주는 일이 잦았다. 

삼성은 라틀리프 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그만큼 그늘도 컸다. 전자랜드와의 6강 PO 당시 라틀리프가 활약한 1차전에서는 골밑 장악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도움 수비로 라틀리프가 봉쇄당한 2차전과 3차전은 내리 패했다. 

5차전 외곽포가 터지면서 라틀리프 의존도를 다소 줄였다 해도 삼성의 색깔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오리온은 위협적인 트랩 수비로 정평이 나 있다. 라틀리프도 오리온과의 맞대결에서 이 트랩 수비에 고전했다. 파훼법을 찾지 못한다면 1차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삼성 이상민 감독도 이를 인지했다. 9일 고양 오리온과의 4강 플레이오프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어차피 라틀리프에게 트랩은 들어올 거다. 그렇다고 해서 패스를 안줄 수는 없다”며 딜레마를 안고서라도 라틀리프를 활용한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잘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라틀리프에게 수비가 몰리면 거기서 파생되는 플레이가 분명 있다”며 “선수들과 트랩 디펜스를 깨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약속된 움직임이 있다”며 나름대로 트랩 수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음을 밝혔다. 

더불어 이 감독은 “라틀리프도 트랩 수비에 고생을 하다 보니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더라”며 라틀리프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상민 감독의 수가 맞아 떨어졌다. 라틀리프의 자신감도 허언이 아니었다. 라틀리프는 이날 33득점 1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PO 10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삼성은 라틀리프의 활약에 힘입어 78대61로 크게 승리를 거뒀다. 

1쿼터 트랩 수비에 주춤하며 2개의 실책을 범한 라틀리프는 2쿼터부터 제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트랩 수비를 깨는 키는 마이클 크레익이었다. 크레익이 내·외곽을 오가며 수비진을 떼어내자 라틀리프에게 기회가 창출됐다. 라틀리프가 포스트업으로 도움 수비를 유도하면 크레익이 외곽에서 공을 받아 공격을 조율했다. 크레익이 과감한 돌파를 시도해 골밑의 라틀리프가 득점 기회를 얻기도 했다. 

오리온 수비진이 빠르게 달라 붙었지만 라틀리프는 기다렸다는 듯 외곽으로 공을 빼줬다. 이를 받은 주희정이 공격을 조율했고 임동섭과 이동엽의 3점포가 터졌다. 특히 2쿼터 종료 1분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나온 라틀리프와 크레익, 그리고 이동엽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패스워크는 이전의 삼성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오리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점수차가 43대24까지 벌어지면서 결국 라틀리프에 대한 트랩 수비를 포기하기까지 이르렀다. 

수비에서 자유로워지자 라틀리프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오리온에 없었다. 라틀리프가 스텝을 밟고 림에 볼을 올려놓을 때마다 고양 체육관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라틀리프는 3쿼터에만 14득점 7리바운드를 올리며 골밑을 장악했다. 리바운드 7개 중 5개가 공격 리바운드였다. 3쿼터에만 61대36으로 점수 차를 크게 벌리며 승부를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삼성은 4쿼터 라틀리프를 2분여만 기용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여유로움까지 보였다. 오리온으로서는 1패 이상의 고민거리를 안긴 1차전이었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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