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신건강이다] 자살 원인 중 정신질환 비율 높아

[이제는 정신건강이다] 자살 원인 중 정신질환 비율 높아

기사승인 2017-04-24 08:51:10

글·박동연 국립정신건강센터 기분장애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 자살률은 1980년대 이후로 꾸준히 상승하여 10만 명당 31.7명에 이르다가 다행스럽게도 201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감소 추세로 접어들어 2015년에는 10만 명당 26.5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고 2번째로 자살률이 높은 일본과 비교했을 때도 훨씬 높은 수치이다.

외국과 우리나라의 자살 원인 중 정신과적 질환, 특히 기분장애 (우울증, 조울병), 알코올 및 물질 남용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점은 유사하다. 또한 정신과적 질환 이외에도 경제적 어려움, 대인관계 갈등과 같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것이 자살을 유발한다는 많은 연구들이 있다. WHO 보고(2006)에 의하면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실업, 사회적 스트레스를 가진 사람에게 자살 실행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최근 한국인 대상의 자살기도 원인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정신과적 증세로 인한 자살 시도는 약 40%를 차지하였고 대인관계 갈등, 학업적 어려움, 취업 및 직장 문제, 외로움, 경제적 어려움, 신체적 질병 등의 스트레스 요인이 약 60%에 육박하였다.

수십 년간 한국의 자살률이 급등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빠른 사회경제적 변화와 발전의 이면이라는 것이다. 즉, 한국인들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일구어왔고 이를 위해 경쟁하고 달리느라 미처 자신의 정서와 정신건강을 돌보는 데는 소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로 인해 과거 대가족이나 이웃사촌 속에서 정서적으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던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개인의 정신적 아픔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인간관계의 폭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결국, 지난 15년간 3배 이상 증가한 한국인의 자살은 이러한 문제가 함축된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인의 노인 자살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특히 증가된 점은 한국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고령화로 인해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노후에 대한 준비를 미처 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이나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얻게 될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정신의학적 상담이나 치료에 대한 편견이나 저항감이 적지 않아 자살 사고가 악화되어도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 하는 것 또한 자살률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

따라서 이러한 한국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치료적 접근, 사회적 관심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자살예방 관련 예산이 처음 편성된 것은 불과 13년 전이었고 아직까지도 정책과 예산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발견하고 집중적으로 보호, 상담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정책적, 예산적 지원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알코올 남용은 중요한 자살유발 인자이므로 이에 대한 관리가 보다 강화되어야 할 것이고 국민들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편, 우리 나라는 자살을 비롯한 정신건강 관련 복지와 정책 실행에 필요한 유관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신건강 관련 원인, 경과, 치료에 대한 장단기 연구가 매우 요원한 상황이다. 또한 과거 한국의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발전, 그리고 현재 사회적 주요 문제들인 불공정, 갑을 관계, 빈부격차, 과잉근로, 성적비관, 학교 폭력, 취업 문제, 아동 양육, 노인 보호 등과 같은 스트레스 유발 상황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다차원적인 사회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발생된 자살이라 해도 사후 관리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핀란드나 일본과 같은 외국에서는 자살로 사망한 고인을 심리 부검하여 자살에 대한 원인을 평가하는데 비록 한 사람의 사망은 막지 못 했을 지라도 향후 다수의 자살 사망자를 예방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자살 발생시 언론에서도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기를 요청 드린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고려와 관리를 하고 있지만 자살 발생시 시도 정황이나 방법 등의 과도한 내용을 포함한 보도는 이차적 자살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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