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의 영화토크] 영화 ‘특별시민’… 진흙탕 속 선거판 리얼하게 그려, 새로운 배우들의 실험 아쉬움

[이호규의 영화토크] 영화 ‘특별시민’… 진흙탕 속 선거판 리얼하게 그려, 새로운 배우들의 실험 아쉬움

기사승인 2017-05-09 21:24:13

[쿠키뉴스=이영수 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반영하듯,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 젊은층마저 대거 투표장으로 몰리고 대선 후보 5인에 대한 프로필과 공약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듯, 영화 특별시민은 최근 뜨거웠던 선거판에 대한 리얼리티와 픽션, 정치인의 희노애락을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정치인은 이상한 생물이다. 위기에 처하면 더 강한 권력에 손을 내밀고, 본인이 막강하면 다른 그룹을 비난하고 폄하한다.

영화 특별시민은 현실 속에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제법 잘 그려낸다.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는 당선되고 권력을 쥐기 위해 공권력을 사용하고 재난이 일어난 현장에 급히 달려가 사람들을 위로하고 이미지메이킹을 통해 시민들에게 한표를 요청한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변종구의 모습은 친서민적이고 오로지 시민들을 위해 희생하고 감각이 있는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보는 정치인의 모습과 흡사하다.

5인의 대선후보들도 서로를 비난하고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하면서 과거 겪었던 고초의 삶을 강조하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변종구 역시 다른 정당 후보를 비난하고 자신의 행정능력을 강조하면서 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포장하고도덕적 모습을 치켜세운다. 

대선판에서 각 후보군들의 가족들이 심상치 않게 등장했다. 아내, 아들, 딸 등 자신의 남편과 아버지를 가장 적합한 대통령 후보라며 국민에게 한표를 부탁한다. TV에서 한 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가화만사성이 가장 기본이며 자식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아버지 정치인이 국민들로부터도 존경받고 신뢰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변종구는 그렇지 못하다. 변종구는 교통사고 차량이 자신의 딸 소유라는 점을 내세워 딸이 교통사고를 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자식을 팔아 결국 당선된다. 그리고 아내로부터도 증오 받고 무책임한 남편으로 낙인찍힌다.

특별시민은 시기를 잘 선택해 개봉했다.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선거판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정치인이라는이상한 생물의 음모와 승리를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공격, 비리, 배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아군이 되는 정치서클의 민낯을 그려냈다.

기존 정치인을 주요 소재로 다뤘던 정치영화들의 클리셰를 특별시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부정부패와 기득권세력의 국민을 속이는 비열한 작태 등은 정치영화들의 단골 메뉴다. 하지만 특별시민은 이러한 부분들을 포용하며 선거라는 급박한 현실을 모티브로 현실을 반영하고 풍자한다. 특히 변종구, 심혁수, 박경이라는 세 등장인물을 통해 서로 감시하고 쫓고 배신하는 선거의 아수라판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특별시민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드라마다. 전체적인 플롯과 스토리에 치중하기 보다 인물의 행동이 변화되어 가는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소설과 같은 허구적 서사가 아니라 실제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 행위에 시간과 공간의 구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공장 노동자 출신인 변종구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같이 자신이 어렸을 적 일했던 공장에서 시장출마 선언을 한다. 박인제 감독은 이미 변종구의 공장 출마 씬을 이재명 시장의 출마 전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선거판이라는 무대 위에서 작금의 한국사회를 그려낸다. 자연재해 현장에서 비싼 스시도시락을 먹다가도 기자가 들이닥치면, 이미지 관리를 한다. 변종구의 아내가 경매에서 고가의 그림을 구매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변종구는 시장을 넘어 대권을 향한 권력 야심에 무분별하게 보이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려 한다.

또한 과거 고생했던 추억을 회상하고 언제까지 지금이 계속될까 절망했는데 끊임없이 읊조리다 보니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각 등장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은 인공적이지 않으면서 전개의 불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여기에 강렬한 선거판의 사실감은 캐릭터를 구축하고 묘사하는 역동적 장치로 활용된다.

다만, 특별시민은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정치인들의 작태를 그리는 데만 많은 치중을 한다. 오직 생존을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현실적 모습들은 어떠한 메시지나 강한 감동도 선사하지 않는다. 서로의 약점과 증거를 토대로 헐뜯고 폭로하는 단순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씁쓸한 정치판을 상기하고 현실을 직시한다.

특별시민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캐스팅이다. 최민식, 곽도원, 라미란, 문소리, 류혜영, 박병은,  김혜은 등 심은경을 제외한 주조연 등장인물들이 모두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한 상업영화에 이런 현상은 아주 곤란하다. CGV, 롯데시네마 등 수직계열화 현상으로 인해 군소 독립영화들이 개봉을 못하거나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 한 소속사에 속해있는 배우들의 대거 '몰빵' 출연 현상은 출연을 꿈꾸는 많은 예비 배우들에게 한숨만 되돌아오게 할 뿐이다.

특별시민은 균형잡힌 캐릭터의 배치, 기존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배우들의 실험을 과감히 실행했어야 했다. 이호규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예술과 교수, 영화평론가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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