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K리그 클래식 소속팀들이 아시아대항전에서 조기 탈락하며 리그 수준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원삼성은 9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G조 조별리그 원정전에서 2대2로 비기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K리그 소속팀인 수원을 비롯해 FC서울, 울산현대가 모두 조별리그에서 떨어졌다. 유일하게 제주유나이티드가 이날 감바 오사카(일본)를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그나마 체면을 세웠다.
아시아 맹주로 군림해온 K리그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승부조작 혐의로 지난 ACL 우승팀인 전북현대가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고 해도 FC서울을 비롯해 수원, 울산 등 지난 시즌 K리그를 호령한 팀들이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위기론을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일머니’와 ‘황사머니’를 탓하기엔 전체적인 경기력 난조가 두드러진다. 서울은 홈과 원정에서 상하이 상강(중국)에 모두 패한(0대1, 2대4) 것을 제쳐놓고라도 최약체로 평가된 웨스턴 시드니(호주)와의 홈경기 패배(2대3)를 비롯해 우라와 레드(일본) 원정전 완패(2대5)로 탈락을 자초했다.
수원의 경우 자력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5차전 홈경기를 0대1로 패하며 자멸했다. 울산은 브리즈번 로어(호주)를 홈으로 불러들여 6대0 대승을 거뒀지만,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인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홈경기를 0대4로 대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시아 맹주’ ‘전 시즌 우승국’ 등의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한 걸까.
서울은 아직까지도 아드리아노의 공백을 채우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유기적인 패싱게임과 무(無)전술을 오가는 기복축구에 팬들의 한숨이 깊다. K리그 클래식에서 4승3무3패로 5위에 올라있는 서울은 12골 9실점으로 지난 시즌 우승팀으로는 상당히 무딘 시간을 보내고 있다. ACL에선 1승4패, 9골 15실점으로 그야말로 죽을 쒔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인 수원은 이적생 적응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며 ‘짠물축구’에 그치고 있다. 수원은 K리그 클래식에서 3승5무2패로 가장 많은 무승부를 거둔 팀이다. 선제골을 넣고도 뒷심이 부족해 무승부나 역전패로 경기를 매듭짓는 경우가 잦았다. ACL 역시 3무를 캐며 ‘재미없는 축구’의 방점을 찍었다.
전북의 출전권 박탈로 ACL에 진출한 울산의 경우 아시아무대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점검하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 전남에 0대5 대패 후 파죽의 3연승을 달리는 등 기복이 심한 팀으로 지적된 울산은 ACL에서도 들쑥날쑥했다. 브리즈번에 6대0 대승을 거두며 화끈한 공격력을 뽐냈지만 반드시 잡아야 했던 가시마를 상대로 홈에서 0대4로 대패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ACL 16강에 한 번도 올라본 적이 없는 제주는 자신들의 축구를 올곧이 소화하며 상위라운드 진출을 성사시켰다. 제주는 ACL 최종전에서 2위 경쟁팀인 애들레이드유나이티드(호주)가 장쑤 쑤닝(중국)에 패하며 비기기만 해도 상위라운드에 오를 수 있었지만, ‘감귤타카’로 일컬어지는 화끈한 공격축구로 16강 진출권을 자력으로 따냈다.
제주의 이번 16강 진출은 의미가 남다르다. 전신인 부천SK 시절을 포함해 이번 ACL 16강 진출은 첫 쾌거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막강한 공격력으로 ‘끝판왕’ 전북을 완파하는 등 선두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10경기에서 무려 21골을 쏟아낸 제주는 전북(14골), 포항(16골)을 멀찌감치 제치고 ‘닥공’의 주인공을 자처하고 있다.
‘자신들의 축구’를 한 팀은 올라갔고, 그러지 못한 팀은 떨어졌다. 국내 팬들의 시선은 제주 바람만큼이나 쾌활한 제주의 K리그-ACL 2관왕 여부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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