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맨유, '첫 유로파리그 결승행' 잉크 채 마르기도 전에 인종차별·수비공백으로 시름

[옐로카드] 맨유, '첫 유로파리그 결승행' 잉크 채 마르기도 전에 인종차별·수비공백으로 시름

기사승인 2017-05-12 12:07:29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팀 사상 첫 유로파리그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인종차별’에 대한 불편함과 ‘수비구성’에 대한 고민으로 수심에 잠겼다.

맨유는 12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셀타 비고와의 준결승 2차전에서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1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맨유는 도합 2대1로 팀 첫 결승행의 결실을 맺었다.

▶인종차별 논란은 팩트에 근접했다

맨유에게 있어서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는 유일하게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무리뉴 감독의 말대로 결승행은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 막바지에 나온 핵심 수비수의 퇴장은 맨유로 하여금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문제 장면은 후반 막바지에 나왔다. 1대1 동점 상황에서 1골 싸움이 되자 양 팀 선수의 감정은 극도로 예민해졌고, 연이어 격한 반칙이 나왔다.

후반 85분경 하프라인 부근에서 에레라가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셀타 비고의 귀네티가 발렌시아와 베일리를 향해 무언가를 말했고, 즉각 둘은 그를 강하게 밀쳤다. 이어 셀타 비고의 파쿤도 론카글리아가 베일리의 목을 주먹으로 가격하며 두 선수간 격한 언쟁이 시작됐다.

양팀 선수들이 몰려와 싸움을 말렸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폴 포그바 역시 상대팀 선수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마루앙 펠라이니가 중간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더 많은 퇴장선수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판은 상황을 파악한 뒤 베일리와 론카글리아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10명 싸움이 된 양 팀은 이는 추가시간 6분을 포함 약 10여분을 더 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공식적인 발표가 나온 건 없다. 그러나 발렌시아와 베일리, 포그바가 격양된 반응을 보인 데에서 귀네티와 론카글리아의 인종차별적 언행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발렌시아와 베일리의 경우 경기 중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이렇듯 격한 반응을 보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후 인종차별적 발언이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베일리의 퇴장명령이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

맨유에겐 매우 뼈아픈 상황이다. 이날 퇴장으로 결승 출전이 무산된 에릭 베일리는 맨유의 중요한 수비자원이다. 시즌 중 크리스 스몰링, 필 존스, 루크 쇼 등이 줄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베일리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했다. 맨유는 이번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35경기 동안 단 27실점(전체 2위)의 짠물수비로 ‘지지 않는 축구’를 했다.

▶‘제2의 전성기’ 신호탄, 불발될까

맨유는 유독 유로파리그와 인연이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 대회로 내려오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상위 대회인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3차례 우승하고, 숱하게 결승전에 오르는 등 유럽에서 최상위권 팀으로 군림해온 맨유다.

유로파리그는 챔피언스리그 하위 대회 개념으로 이해되는 터라 큰 의미가 부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맨유에게 각별한 이유는 지금껏 유로파리그와 인연이 없었던 데다가 이번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이 사실상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맨유의 유로파리그 인연은 1976-1977시즌 시작된다. 당시 토미 도처티 감독이 이끈 맨유는 32강에서 2승2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1980-1981(64강), 1984-1985(8강·이상 론 앳킨슨 감독), 1992-1993(64강), 1995-1996(64강), 2011-2012(16강·이상 알렉스 퍼거슨 감독), 2015-2016(16강·루이스 판 할 감독) 등으로 8강 이상에 이름을 올려본 경험이 없다.

다만 이번 시즌 맨유에게 유로파리그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무리뉴체제 출범 후 맞이한 첫 우승컵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맨유는 현재 EPL에서 17승14무4패 승점65점으로 선두 첼시(84점)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사실상 챔스권인 4위를 노려야 하는 상황인데, 이 역시 지역라이벌 맨체스터 시티(69점)가 견고히 지키고 있어 녹록치 않다. 맨유는 FA컵 8강에서도 첼시에 0대1로 패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맨유의 이번 시즌 현실적인 목표는 리그 4위와 유로파리그 우승이다. 맨유는 25일 스웨덴 스톡홀롬의 프렌즈 아레나에서 아약스와 우승컵을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dne@kukinews.com

사진=EPA 연합뉴스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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