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국제 스포츠대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는 추세를 평창올림픽은 ‘노이즈마케팅’으로 극복하려는 걸지도 모른다. 시기를 거르지 않고 잡음이 터져 나오는 올림픽 준비상황에 여론의 질타가 그치지 않고 있다.
사건이 지난주 또 터졌다. 13일 평창올림픽 조직위 주관으로 열린 자원봉사 대학생 서비스예절 교육현장에서 한 강사가 외모지상주의를 강조하고, 인종차별을 종용하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산 것. J강사는 “일을 잘 해도 얼굴이 못생기면 소용없다” “여자에게 립스틱은 예의다” “여자는 얼마든지 웃을 수 있다” 등의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이내 특정 국가를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언급도 서슴없이 했다.
현장에서 교육을 받던 이화여대·한양여대 자원봉사 학생 50여명은 J강사의 적절치 않은 언행에 즉각 항의했다.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은 SNS와 학교 홈페이지, 평창올림픽 조직위 측에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문제가 커지자 J강사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용모단정을 강조하다가 생긴 오해라고 말했다. 조직위측은 해당 교수의 강사자격을 박탈하고 학생들에게 사과메일을 보냈다.
위 논란을 한 개인만의 문제로 규정하기엔 뒷맛이 씁쓸하다. ‘평창올림픽’이라는 다섯 음절의 고유명사가 갖는 부정적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한창 시끌벅적했던 지난 1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평창올림픽조직위 여형구 사무총장을 압박해 조직위 내 국제부위원장 직을 신설하고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앉히도록 종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체육계 대통령’이라 불리며 각 체육단체의 인사를 쥐락펴락한 김 전 차관의 개입소식에 평창올림픽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념주화에 굳이 김연아를 빼고 타국 피겨스타를 넣는가하면 2억 들인 주제곡 ‘아라리요 평창’은 저급한 퀄리티로 구설수에 올랐다. 아울러 선수 동의 없이 교체된 선수복은 경기력향상지원단에 투입되는 예산 337억 원과 겹쳐 효율논란을 불러왔다.
갖은 논란이 우후죽순 터지며 평창올림픽에 대한 이미지는 급속도로 떨어졌다. 그리고 대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 평창올림픽 개최에 부족한 예산은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월 1·2일 양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관심 많다’고 답변한 이는 19%에 불과했다. ‘어느 정도 관심 있다’는 답변은 29% 수준이다. 반면 ‘별로 관심 없다’는 31%, ‘전혀 관심 없다’는 19%로, 전체 무관심층은 49%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직후인 2011년 7월 조사에서 우리 국민 92%는 ‘잘된 일’로 평가했고, 기대 효과로는 ‘경제 발전’(42%)과 ‘국가 이미지 향상’(29%)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현재에 와서 급격히 냉각되는 추세다.
문제가 계속되면 그 뿌리에 이상이 있는지 의심해볼 법하다. 이제는 10개월이 채 남지 않은 국제행사다. 이런 식으로는 대회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당선인은 올해 3차례나 강원도에 방문해 평창올림픽을 국정 과제로 선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선을 이틀 남겨두고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대로 총력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공개발언으로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투자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예산문제 해결이 능사는 아니다. 방산비리에서 보듯 신뢰를 잃은 공무는 미래를 논할 수 없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동계체육대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대회다. 마지막 호흡기를 적어도 스스로 떼는 우를 범하진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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