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단지 유럽파라는 이유로 이름을 올리는 건 문제다. A매치, 그것도 월드컵 진출여부가 판가름 나는 자리에서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진 선수를 명단에 포함시키는 건 쉽게 납득할 수 없다.
22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에 나설 24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특히 정신력을 이유로 뽑힌 일부 선수는 ‘토템’으로 풍자되고 있다. 중국리그에서 주전과 거리가 멀었던 일부 선수의 합류도 의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핫한 제주를 눈여겨봤다”고 말한 슈틸리케 감독은 새 얼굴을 대거 포함시키는 등 크고 작은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눈에 쓸리는 선수가 있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과 박주호(보르시아 도르트문트)다. 슈틸리케 감독은 ‘와일드카드’란 표현을 쓰며 “팀이 단결되고 성숙해지고 정신적으로 강해지기 위해 경험 있는 선수들의 합류가 필요했다”면서 “(유럽 팀에서의) 경기출장 시간과 별개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했다”고 둘의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의아하다. 올해 3월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지속적인 출전과 몸 상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고, 현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몇몇 인원차출에 대해서는 “예외도 있다”면서 횡설수설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사기가 중요하다 해도 불가용 자원을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건 상당한 모험수다. 당장 그라운드에 올랐을 때 가장 잘 할 수 있는 24인을 뽑는 자리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한 ‘정신력’과 ‘과거의 경험’은 코치진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앞서 군기반장격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차두리 전력분석관은 이번 소집을 앞두고 돌연 대표팀을 떠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슈틸리케호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며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2015년 연승·무실점 경기 등에서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제2의 히딩크’로 칭송받던 슈틸리케 감독은 불과 1여년 만에 경질설에 시달렸다. 환호성과 야유는 한 끗 차이라는 명언이 그럴싸하게 들어맞은 시간이었다.
지난해 9월1일 중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에서 3골을 넣은 뒤 2골을 내리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어쨌든 승리를 따냈으니 앞으로 개선하면 되겠다 싶었지만, 제3국에서 치러진 시리아와의 2차전에서는 고전 끝에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이때부터 불신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10월6일 카타르와의 홈경기에서 3대2로 이기며 가까스로 한숨 돌린 슈틸리케지만 며칠 뒤 치른 이란 원정전에서 단 한 차례 슈팅도 시도하지 못한 채 0대1로 패했다.
조 3위까지 추락한 슈틸리케호는 ‘무(無)전술’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EPL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손흥민을 활용할 전술을 찾지 못했다는 비난이 거셌다. 11월15일 홈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대1로 누르며 2위에 올랐지만 올해 3월23일 중국 원정전을 0대1로 패하며 기분 좋은 징크스 ‘공한증(恐韓症)’을 해소해버렸다. 5일 뒤 시리아와의 홈경기에서 전반 일찍 터진 홍정호의 결승골에 슈틸리케는 감사절을 올려야 할 판이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해외파와 국내파는 구분이 없다. 더 잘 하는 선수를 뽑겠다”는 원칙을 공언으로 말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 때마다 그의 선택은 소신보다는 고집에 가까웠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한국인 유럽리그 최다골 기록 보유’ 지금의 한국축구는 아시아 최강 스쿼드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결국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건 전술의 문제로 보는 게 맞다.
험난한 여정이 예고돼있다. 다음달 13일 카타르 원정전을 비롯해 이란 홈경기(8월31일),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9월5일)를 치러야한다. 이 무대는 증명하는 자리다. 남은 최종예선 3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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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