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쏟아진 '문자폭탄'…테러 vs 정치적 의사 표현

이틀째 쏟아진 '문자폭탄'…테러 vs 정치적 의사 표현

기사승인 2017-05-25 18:26:19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5일에도 '문자폭탄'은 쏟아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 청문회는 야당 의원들의 하소연으로 시작됐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밤새 문자 폭탄 때문에 잠을 못 잤다"며 "욕을 하도 먹어 배가 부르다"고 토로했다. 또 "문자를 보내온 사람들이 '당신 아들은 어떠냐'고 묻던데 저와 두 아들은 현역 만기 제대했다"고 해명했다.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어제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많은 국민이 저를 질타하는 수많은 문자를 보내주셨다"며 "인사청문회의 공정성과 책임성, 제대로 된 후보자 검증을 위해 제 개인신상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이 제 아들이 왜 병역면제를 받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제 아들의 병역은 뇌파 경련성 질환, 흔히 말하는 간질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24일부터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청문회 위원들은 시민들에게 수천 통에 달하는 항의 문자를 받아야 했다. 이 후보자 아들의 군 면제, 배우자의 그림 강매 의혹 등과 관련해 국무총리로서 자질을 문제 삼자 일어난 일이다.

문자 폭탄을 맞은 야당의 성토는 대단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청문회에서 소위 '문빠'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문자 폭탄은 거의 테러 수준이었다"면서 "이는 의회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청와대와 여당은 남의 일 보듯이 내심 즐겨선 안 된다. 설득하고 자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도 "언론인들 또한 문 대통령 비판기사를 쓰면 하루종일 항의 전화로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를 본다"며 "이성적 판단으로 지지와 비판의 균형을 찾아달라"고 거들었다.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은 원내정책회의에서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건 국회의 책무"라면서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문자 폭탄에 대통령이 직접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역시 "표현의 자유와 관계가 있지만 적당한 절제와 예의가 필요하다며 이것이 의정활동을 위축시킬 확률도 있다.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여론은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네티즌들은 문자 폭탄은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한 시대가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반색했다. 동시에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며 야당 의원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은 25일 방송에서 청문회 문자 폭탄을 두고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청문회를 많이 본다.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가 자연스러워졌다. 정치가 두렵거나 어려운 게 아니라 정치인을 공복으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새로운 미래의 문을 열겠다던 정당이 새로운 '정치적 의사 표현' 방식을 '테러'로 정의한다"며 "새로운 건 '유례가 없는' 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를 앞장서 열기는커녕 뒤따라갈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며 야당을 비판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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