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의 영화토크] 영화 ‘겟아웃’ 흑인이 겪는 사회적 갈등 서스펜스로 잘 그려내

[이호규의 영화토크] 영화 ‘겟아웃’ 흑인이 겪는 사회적 갈등 서스펜스로 잘 그려내

기사승인 2017-05-29 09:13:30

최근 개봉한 미국영화 ‘겟아웃’(감독 조던 필레)이 관객들 사이로 묘한 기운을 전달하며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스릴러이면서 미스테리 장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아무 생각없이 보는 관객들이 대다수이지만, 상영이 끝난 후 극장문을 나서며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흥행이든, 작품성이든 성공한 영화들은 관객들의 입방아에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상기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 ‘겟아웃’은 성공한 셈이다.

‘겟아웃’은 흑인 남자친구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흑인남자와 백인여자가 사랑에 빠지고 백인여자 부모집에 데리고 간다는 설정은 자칫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흑인남자와 백인여자의 연애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만, 이 영화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유는 영화 속 곳곳에 묘사된 인종차별, 백인우월주의, 흑인의 낮은 사회적 포지션, 백인들의 파워에 짓눌려 눈치보는 흑인들이 갖고 있는 섬세한 정서를 리얼하게 표현했다.

마치 미국판 ‘곡성’을 보듯, 사회적 메시지와 플롯은 다르지만, 캐릭터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사와 바로 옆 인물을 통해 쪼여오는 갈등구조는 관객들에게 깊은 몰임감을 선사한다.

조던 필레 감독은 시각적으로 볼 때 운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어둠을 종종 사용한다. 화면의 톤 자체가 어둡고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통해 슬로우한 스릴을 보여준다. 영화 속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상징적 아이템들과 느리면서 강렬한 비트의 음악들은 스릴러 영화의 거장 히치콕 영화를 연상케 한다.

알프레드 히치콕(1899∼1980)은 샤워기 아래 서 있는 여인, ‘끼익’하는 기분 나쁜 금속성 소리, 욕조 배수구로 흘러들어가는 피 등 상징적 아이템을 통해 현대인의 공포와 불안감을 그려냈다.

조던 필레 감독도 심리적 불안감을 교묘하게 유도하는 독자적인 연출방법을 통해 ‘히치콕 터치’를 창출한 듯 보인다. 선배 감독들인 마틴 스콜세지, 데이비드 핀쳐, 제임스 그레이 등도 히치콕의 영향을 받은 거장들이다. 겟아웃은 백인 지배구조 속에 굉장한 열등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흑인들의 현실을 한 젊은 흑인남자의 시각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그려냈다.

크리스는 여자친구 로즈를 제외한 나머지 백인들을 바라볼 때, 불안하고 괴로워하는 열등의식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는 크리스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며, 누가 적대자고, 누가 아군인지를 관객에게 질문한다. 마지막 씬에서 경찰차가 나타났을 때, 카메라는 크리스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인경찰들의 비무장 흑인 폭행. 이러한 현실을 꼬집기라도 하듯, 크리스는 경찰차의 등장을 본 순간, 얼굴에 공포와 좌절이 배어있다. 반면, 백인 여자친구 로즈의 얼굴은 이제 살았다는 화색이 돈다.

미국사회의 현실적 리얼리티를 배경으로 한 ‘겟아웃’은 흑인들이 느끼는 비인간적인 행태, 공포, 슬픔, 차별, 사회적 약자 등 처한 현실을 토로하며 백인들의 우월주의를 부정한다.

또한 초자연적인 현상인 체면이라는 도구를 삽입해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키고 사이비종교에서나 볼 수 있는 멀쩡한 사람들을 납치하고 세뇌하는 미스테리를 추가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겟아웃에서는 크리스의 시선을 따라 주변 인물들을 계속 의심하고 혼동하게 만드는 다양한 상징적 의미들을 부여한다. 먼저 여자친구 로즈의 아빠 딘은 사슴(bucks)을 끔찍이 싫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Buck은 인디언이나 흑인 남성을 비하하는 인종차별 단어다. 딘은 결국 사슴의 뿔에 찔려 죽는다. 크리스가 영화 후미에서 도망치기 위해 탄 흰색차 조수석에는 의문의 투구가 놓여있다.

그 투구는 영화 초반에 나온 살인범의 것이다. 이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의 두건과 모양이 비슷하다.

로즈의 엄마 미시는 크리스에게 최면을 걸 때 찻잔과 은 티스푼을 이용한다. 이는 부유한 백인이 갖는 특권을 의미한다. 크리스는 영화 클라이막스에서 찻잔을 깨뜨린다.

크리스는 로즈의 엄마 미시의 최면으로 인해 깜깜한 침전의 방으로 떨어진다. 이는 미국사회에서 오랫동안 노예로 살았고 무시당했던 흑인들이 느꼈을 감정을 이미지화시킨 것이다.

백인여자친구 로즈는 하얀색 우유와 다양한 색깔의 후르츠링을 함께 먹지 않는다.

이는 로즈가 백인과 유색인을 별도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즈가 이용하는 검정색 빨대에서는 흑인을 연상시킬 수 있다.

최근 판치고 있는 상업영화들 속에서 영화 겟아웃은 현재도 강하게 존재하고 있는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를 통해 흑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위치에 대한 확실한 상징성을 담아냈다.

조던 필레 감독은 우리 인생에서 두려움과 의심을 품은 채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른지 혼동하는 모습과 사회적 이슈를 잘 표현했다.

‘겟아웃’은 관객이 계속 의구심을 갖고 서로 질문을 던지고 혼돈하게끔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호규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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