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한국축구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

[옐로카드] 한국축구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

기사승인 2017-06-02 06:00:00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한국축구 역사에 남을 굴욕적인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성인·청소년 축구가 모두 고전 중이다. 정신력 내지는 의지 부족으로만 정의내릴 수 없다. 바닥이 드러났다 하는 게 좀 더 적합하다.

▶처음부터 되지 않을 싸움이었다

홈에서 넘어졌다. 국민적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른 상황에서 결선 토너먼트 첫 허들을 넘지 못했다.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큰 법. 갖은 질타가 쏟아졌고, 배에 탔던 어린 선원들은 고개를 숙였다.

FIFA U-20 월드컵 얘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미만(U-20)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6강 포르투갈전에서 1대3으로 무너졌다. 

포르투갈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한 판이었다. 이들은 초반부 단 2차례 슈팅으로 2골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반면 한국은 점유율에선 앞섰지만 오프사이드 트랩에 꽁꽁 묶이는 등 효과적으로 경기를 풀지 못했다.

뚜껑을 열어보면 당초 ‘대결’이란 표현이 낯 뜨겁다. ‘도전’이 적절하다. 한국전에 나선 포르투갈 선발라인업을 보면 11명 전원이 포르투갈 프로팀 소속이다. 이번 시즌 우승을 차지한 SL 벤피카 선수는 4명이나 있다. 무리뉴 감독을 만든 FC 포르투도 4명이다. 이 외에도 스포르팅 리스본, 브라가 등 리그 우승에 근접한 팀이 즐비하다.

한국의 또 다른 1패 팀인 잉글랜드의 스쿼드도 화려하다. 결승골을 넣은 키에런 도웰과 한국 골문을 줄기차게 두드린 아데몰라 루크만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튼 소속이다. 이 외 선수도 아스널, 첼시, 토트넘, 리버풀,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프로팀에 몸담고 있다.

반면 한국의 프로팀 소속 선수는 5명뿐이었다. FC 바르셀로나 B(리저브)와 후베닐A, FC서울,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다. 그 외 6명은 대학팀에서 프로데뷔를 준비 중인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실전경험은 경기력으로 나타났고, 신태용 감독도 이를 어필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했다. 포르투갈 선수 명단을 보면 해외 유명 프로팀에서 뛰고 있는 게 느껴진다, 우리는 K리그에서조차 명단에 못 들어가거나 대학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성인축구가 잘하는 건 아니다

U-20 월드컵만큼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성인 프로축구 상황도 그리 녹녹치 않다. K리그 마지막 희망이었던 제주유나이티드는 31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 우라와 레즈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탈락의 쓴 잔을 들었다. 

앞선 조별리그에선 서울, 수원, 울산이 동반 탈락한 탓에 8강에 K리그 소속으로는 단 한 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씁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2009년 대회 개편 이후 8강에 K리그 팀이 진출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변국들은 승승장구 중이다. 거대한 자본투자를 앞세운 중국 슈퍼리그는 8강에 상하이 상강, 광저우 헝다가 이름을 올렸다. 그간 아시아대항전에서 힘을 못 쓴 일본도 우라와 레즈,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8강에 안착했다.

아시아 맹주로 군림해온 K리그지만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승부조작 이슈로 전북의 출전권이 박탈되며 기가 꺾였고, 현상유지를 택한 서울, 수원이 조별예선에서 줄 탈락했다. 적극적으로 투자한 제주가 그나마 팀 첫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지만 경험부족으로 그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4승1무2패 승점 13점으로 2위를 기록 중인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에 승점 1점차로 추격당하고 있다. 한국은 이달 13일 카타르 원정전을 비롯해 이란 홈경기(8월31일),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9월5일)를 치러야 한다. 험난한 여정이다.

만약 월드컵 최종예선마저도 탈락으로 매듭지어진다면 올해는 한국축구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1년이 될지도 모른다. 손흥민이 유럽무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한 것은 ‘개천에서 용 난’ 속담으로 메워질 터다.

투자가 성적으로 올곧이 연결되리라 보장할 순 없다. 그러나 투자 없이 미래를 바라는 건 요행에 기대는 꼴이 된다. 높아진 눈높이와 별개로 한국의 인프라는 매우 초라하다. ‘최소 O강’을 외치기에 앞서 의식 내지는 인프라가 세계 몇 강에 드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dne@kukinews.com

사진=연합뉴스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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