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축구협회가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로 가닥을 잡았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이용수)는 이번주 내로 회의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와 향후 A대표팀 방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빠르면 15일, 늦어도 이주 말에 회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협회는 어렵사리 본선에 올라가더라도 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슈틸리케 감독의 해임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더 이상 (유임의) 명목이 없다”고 귀띔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월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홈경기에서 1대0으로 간신히 승리한 뒤 경질설에 시달렸다. 앞선 이란 원정경기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자신한 뒤 유효슈팅 0개를 기록했고, 중국 원정전에선 0대1로 무릎 꿇으며 공한증을 무색케했다.
당시 이용수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는 “월드컵 최종예선이 3경기밖에 남지 않은데다가 슈틸리케 이상의 거물급 감독 섭외가 단기간 이뤄지기 힘들다”면서 카타르 원정전까지 보고 판단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슈틸리케 감독을 재신임했다.
‘경질 최후 방어선’격이 된 카타르 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믿음을 주면 응답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침 경쟁팀인 우즈베키스탄이 이란 원정전에서 패했다. 카타르전을 승리할 경우 본선행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카타르전 패배로 찾아온 기회를 날려버렸다. 경기내용, 결과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다. 초반 2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한 대표팀은 가까스로 2골을 만회했으나 다시 실점을 허용하며 2대3으로 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엔트리 구성에서부터 잡음이 나왔다. 지난 3월 선수 명단 공개 당시 “원칙적으로 소속팀에서 지속적인 출전과 몸 상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단언했던 그는 몇몇 인원차출에 대해 “예외도 있다”며 횡설수설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달 22일 카타르 원정에 나설 24인 중 몇몇 선수를 단지 ‘해외파’라는 이유로 차출했다. 그들 중 몇몇은 출전경기가 0에 수렴했다. 팬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정신력을 이유로 뽑힌 일부 선수는 ‘토템’으로 풍자됐다.
아무리 사기가 중요하다 해도 불가용 자원을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건 상당한 모험수다. 당장 그라운드에 올랐을 때 가장 잘 할 수 있는 24인을 뽑는 자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앞서 군기반장격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차두리 전력분석관은 이번 소집을 앞두고 돌연 대표팀을 떠났다.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도 불신의 싹을 심었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전에서 ‘승점’과 ‘원정 징크스’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언했던 슈틸리케 감독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단 한 차례도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졸전이 나왔다. 자연히 축구팬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는데,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곳에서 한국이 어떤 감독과 선수를 데리고 와서도 승리하지 못한 것엔 분명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면서 “우리에게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패배를 ‘징크스’와 ‘공격수 부재’에 기댄 꼴이다.
당시 엔트리에는 손흥민, 석현준, 지동원, 김신욱 등 아시아 최상위급 공격수가 포진해있다. 슈틸리케의 다소 안일한 발언에 축구팬뿐 아니라 선수들도 적잖은 실망감을 내비쳤다.
한때 좋은 때도 있었다. 2015년 슈틸리케 감독은 A매치 20경기에서 16승3무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1패는 호주 안방에서 진행된 아시안컵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패한 기록이다. 당시 슈틸리케호는 경기당 평균 0.2실점을 기록, 피파 가맹국 중 가장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이 외에도 17경기 무실점, 골득실 +40, 7경기 연속 무실점 등의 신기록을 세웠다.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칭송은 분명 남달랐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면 8월31일 예정된 이란과의 홈경기는 현 수석코치인 정해성 감독대행로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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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