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회관 신축이 개인 치적인가…규정 위반에도 떳떳한 회장

[기자수첩] 회관 신축이 개인 치적인가…규정 위반에도 떳떳한 회장

기사승인 2017-07-24 00:42:02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회관 신축을 놓고 일부 보건의료단체가 고민에 쌓여있다. 특히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의 경우 회관 신축과 관련해 불신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의 경우 2014년 9월 대한약사회관 신축을 전제로 일부 영업시설(레스토랑, 예식장, 옥상 스카이라운지) 전세우선권 및 운영권을 임대기간 10년으로 판매하고, 1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조 회장은 일부 약사들로부터 법적 소송이 제기돼 현재 진행 중이고, 최근에는 회원들로부터 불신임 여부를 판단받기도 했다.

지난 18일 대한약사회는 2차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회장 불신임에 관한 건 ▲회장 사퇴권고에 관한 건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에 관한 건 등을 상정, 표결했다.

당시 조찬휘 회장은 “솔직히 여러분 앞에 설 자신감도 잃었다. 30여 년간 약사 여러분과 회무에 공직해온 지낸 세월이 한순가의 판단착오로 부질없이 사라질 지경에 이른 것을 생각하면 한없는 후회가 밀려온다”며 “저는 두달 반 동안 심신이 지쳤다. 처음 회관 자료유출로 가계약 문제 났을 때 내 잘못 몰랐다. 약사회 발전위해 선의로 했다는 방패막이 뒤로 숨었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내 아둔함에 스스로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후회하고 있다. ‘후회막심’이 4글자가 지금 내 답답한 심정을 대변한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앞에 공인으로서의 품격과 가려야할 것을 가리지 못한 무거운 책임을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하고픈 마음뿐”이라며, 잘못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90여년 약사회에서 이렇게 치욕스런 회장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개인 인생뿐 아니라 30여년 공직생활 전체가 송두리째 부정되게 끝내버릴 수는 없다. 비난과 수난을 감수하며 이 자리에 선 이유이기도 하나”라고 조 회장이 말한 것이다.

무엇보다 ‘치욕스런 회장으로 남고 싶지 않다’는 조 회장의 발언에 일부 약사회원들은 “회장의 자존심만 중요한가. 회원들은 이미 치욕스럽다”며 분노해 했다. 

회원들의 경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찬휘 회장이 총회에서 가결된 회장 사퇴권고안과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안에 법적 대응하겠다는 발언한 것인데 표결에 앞서 대의원들에게 잘못을 사죄했던 모습은 불신임안이 부결되면서 단 몇 시간만에 180도로 바뀌며 ‘두 얼굴의 회장’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럼에도 회관 재건축을 앞두고 회장이 임대 영업을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회관 재건축을 위한 특별위원회 등 전담 기구가 꾸려지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도 회관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업무를 전담하는 위원장 등을 뽑아 진행하고 있다.

결국은 조찬휘 회장의 논란은 공익보다는 개인적인 성과욕 때문으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 이번 논란에 앞서 조 회장은 제약사 관계자들을 만나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당시 제약홍보관을 만든다며 재건축을 계획 중인 회관의 임대를 안내해 갑질 논란에 휘말린 적도 있다.

회장이 직접 나서 과도한 갑질 영업, 비정상적인 영업권 판매하면서 까지 회관 건립을 자신의 성과물로 만들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 수십년을 쓸 회관을 자신의 성과로 만든다면 3년, 6년 회장직 보다는 더 영광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 회원들이 함께 만들어야 할 회관을 자신이 영업을 통해, 모금을 통해 재건축 비용의 상당 부분을 충당한다면 자부심이 더 커질 것은 자명할 것이다.

하지만 회관은 자신의 공적이자, 공치사거리는 아니다. 신축 회관의 입구에 아무리 자신의 이름이 크게 들어가도 결국은 회원의 노력으로 만들어지고, 회원들을 위한 공간인 것이다. 

‘자신은 회원들을 위해 회관 재건축 비용을 마련하고자 한 것인데 규정위반이 왜 문제인가’라는 회장의 모습은 회원들로 하여금 신축 회관 뿐 아니라, 대한약사회를 외면하게 만들수도 있다. 이제라도 회원들과 함께 하는 회장이 되려는 노력이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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