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이어지면서 동물복지인증 농장과 해당 농장에서 생산되는 계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미미하고 ‘산업’으로서의 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범정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가격’ VS ‘안전’
21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산란계 농장에서는 밀집식 사육을 사용하고 있다. 0.04㎡ 이하 크기 케이지에 산란계를 빽빽하게 채워 넣는 방식으로 생산성은 뛰어나지만 전염병이나 진드기 등의 확산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장기간 밀집된 공간에 있을 경우 주변 닭을 부리로 쪼아 상처를 내는 이른바 ‘카니발리즘’ 이상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논란이 됐던 살충제 성분 검출 역시 산란계들이 좁은 공간에 들어찬 탓에 농장주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살포한 것이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 역시 이러한 케이지 사육이 거들었다.
산란계 농장주 입장에서는 ‘판매’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 양계협회 관계자는 “많게는 3배 가까이 비싼 동물복지계란 등을 찾을 소비자는 많지 않다”면서 “소비자들이 싼 계란을 원하기 때문에 농가 역시 밀집화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복지 인증 계란을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 역시 “동물복지인증 달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면서 “대형마트 매대에서도 달걀 전체 매출의 10% 남짓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출보다는) 브랜드 전체에 대한 이미지 제고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매출에 영향이 있을지는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전체의 0.2%’ 방목형 농장의 산업적 한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는 2012년부터 시작됐다. 동물복지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9마리당 1㎡, 마리당 0.11㎡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횃대 역시 15㎝ 이상 필요하며 계사 바닥의 ⅓ 이상은 깔짚으로 덮어야 한다. 먹이는 100% 유기농 사료를 사용해야한다.
그 외 입식과 출하현황, 약품, 백신구입 등 모든 기록내용을 2년간 보관해야 비로소 동물복지인증을 받기 위한 조건을 갖춘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복지인증 허가를 받은 농가는 2015년 58호에서 올해 8월 기준 132개로 크게 늘어났다. 이 중 산란계 농장은 92개로 동물복지농장의 69.69%에 달한다. 사육두수도 같은 기간 73만수에서 266만수로 264.3% 증가했다.
그러나 닭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이른바 ‘방목형 농장’은 동물복지 인증 농장 92곳 중에서도 16곳에 불과하다.
이 16곳의 방목형 농장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는 15만2340마리다. 이는 동물복지인증 농장 산란계 대비 5.7%, 전체 산란계 5738만2929마리 대비 0.2% 수준이다.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 생산되는 계란이 소비자들에게 유통·판매되기까지는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전남 화순군에서 방목형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농장주는 “동물복지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만든다는 자부심은 있지만 그게 전부”라면서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만약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산업적’인 측면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농장주만의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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