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군기에 솔선수범을 더한다면

[옐로카드] 군기에 솔선수범을 더한다면

군기에 솔선수범을 더한다면

기사승인 2017-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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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2주 남짓의 짧은 기간 강도 높은 담금질에 들어갔다. 오로지 경기력으로 대답해야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여느 때와 사뭇 다른 역동성이 느껴진다. 까마득한 후배 김남일이 “명보야 밥 먹자”를 외치던 2002년이 오버랩 된다.

현재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아시아지역 A조에서 4승1무3패 승점 13점으로 2위에 올라있다. 이란이 승점 20점으로 일찌감치 조 1위를 확정지은 가운데 한국 턱밑에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이 바짝 추격 중이다. 가장 좋은 건 역시 조기 진출이다. 오는 31일 한국이 홈에서 이란을 잡고 우즈벡이 중국 원정전에서 패하면 된다. 이 시나리오가 성사되지 않으면 다음달 6일 우즈벡 홈에서 끝장전을 해야 한다.

단순히 유럽에서 뛴다고 대표팀에 합류하는 방식은 실패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선수를 그라운드에 세우지 않으면 열심히 뛰는 선수들 역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신 감독은 거침없이 잘라냈다. 지난 5월 슈틸리케 전 감독의 ‘라스트 오더’에서 이름을 올린 이들 중 12명이 제외됐다. 총 23명 중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간 셈이다. 네임벨류만 놓고 보면 파격 그 자체다. 이청용, 박주호, 지동원 등 지난 수년간 한국축구를 이끈 이들이 모두 명단에서 빠졌다. 당장 경기에 뛸 수 없다고 판단한 탓이다.

이번 선수 발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이동국(38)이다. 사실 그는 대표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규합할 대선배일 뿐 아니라 당장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가용 자원이다.

‘대선배’라는 용어에서 으레 군기 문화를 떠올리게 된다. 냉정히 살펴 이동국 합류에서 군기 효과가 없다 말할 수 없다. 다만 한국형 리더십이 군기에서 비롯된다면 그 용어의 부정적인 느낌은 차치해 두고서라도 당장 차용해야 될 상황이다.

이동국의 군기는 사뭇 다르다. ‘나부터’가 담겨있다.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희생이 필요하다. 나부터 동료를 돋보이게 하는 마음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이동국보다 한 살 어린 차두리(37)는 코치 자격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 둘의 만남은 어색했다. 경력만 놓고 보면 이동국이 몇 걸음 앞선 선배다. 그러나 이동국은 차두리를 ‘앞에 선 자’로 인정했다. ‘동생 코치’의 말에 진중하게 귀 기울이는 ‘형님 선수’의 태도에 자연히 규율이 잡혀갔다. 전경준 수석코치, 김남일 코치, 김해운 코치에게도 힘이 실리고, 훈련에 ‘소통’이 더해졌다.

이동국은 대표팀에 합류하기에 앞서 “(근래 대표팀은) 확실히 희생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팀을 위한 모습이 없었고 튀려는 선수들이 몇몇 보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진단은 문제를 관통하는 처방으로 이어졌다. 이동국은 훈련장에서 “활발한 성격의 두리가 코치로 있으니깐 선수들이 고민을 쉽게 털어놓는다.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가는 분위기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차두리 코치는 “동국이형 좋습니다”를 외치며 훈련장 분위기를 돋웠다.

최근 미증유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표팀에게 따라붙은 꼬리표는 ‘정신력’이다. 정신적 리더는 스포츠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주장완장을 찼던 기성용은 미디어와 만난 자리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말했다. 

보이지 않는 균열의 원인으로 일방적인 소통방식이 지목됐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지시에 부화뇌동 따라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중간자격인 코칭스태프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고 자연히 선수들의 고충을 들어줄 창구도 없었다. 차두리 코치가 중도 하차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풀이된다. 모래알 조직력이란 비판이 쇄도하며 알게 모르게 선수간 신뢰는 바닥을 기었다.

결국 본선 무대를 바라보고 뽑은 감독이 중도 하차했다. 그가 남기고 간 상흔이 자못 위중하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의 야심찬 계획이 남은 두 경기에 달려있다. 전문 소방수가 사령탑에 오르고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이들은 오로지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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