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위기 분쟁의 미래] 인종청소 40년… 벼랑 끝에 선 로힝야

[공존의 위기 분쟁의 미래] 인종청소 40년… 벼랑 끝에 선 로힝야

기사승인 2017-08-26 05:00:00

[쿠키뉴스 태국 방콕=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Pray for us.” 기자에게 시시각각 속보를 전하는 로힝야 알리(가명)는 오늘도 어김없이 이 문구를 적어 보냈다. 반군이 그의 마을에 와서 함께 싸우자고 한다면 어떡하겠냐고 알리에게 물었다. 그는 말했다. “방법이 없잖아. 우린 지금 막다른 골목에…. 그렇지만 여전히 평화적인 대화를 원해.”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고픈 숱한 알리들이 미얀마 정부에 우선 원했던 건, 사실 그리 복잡한 게 아니다. ‘21세기 아파르트헤이트’로 불리는 로힝야 게토의 철조망을 걷어내 이동의 자유를 누려보고, 하루벌어 하루를 살아도 어떠한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삶. 자신들의 게토로 오는 구호물자를 막지 않아, 아이들이 불필요한 죽음을 맞지 않는 것도 이들의 바람이다. 군인들이 돈을 갈취하지 않고,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금목걸이를 빼앗기지 않아도 되는, 그런 당연한 삶을 이들은 꿈꾼다.

이러한 바람에 대해 아웅산 수치 정부가 ‘호의’를 내보였다면, 25일의 공격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로힝야들은 지난 1년여 동안 수치 정부가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길 손꼽아 기다렸다. 철조망 안에 갇혀 사는 자신들을 한 번이라도 와서 봐주길 또한 기다렸다. 그러나 바람은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인종주의로 점철된 정부 대변인의 성명은 로힝야들의 심장을 후벼 팠다.  

기자는 지리·정치·사회적으로 로힝야처럼 완벽하게 고립되고, 기본권을 박탈당한 ‘왕따’ 소수민족을 본 적이 없다. 절박한 그들은 현재 벼랑 끝에서 쿠쿠리를 무기삼아 서 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처절하게 치르는 것도 로힝야들이다

몇 해 전 로힝야의 자취를 따라 담은 사진 몇 장을 독자들과 나눈다. 40년 가까이 인종청소 상태에 신음해온 고통의 무게가 사진 몇 장에 담길 리 만무하다. 다만, 로힝야에 대한 지독한 편견의 철조망을 다소 걷어내고 싶은 건 기자의 절박함이다.  

인종청소 위기 직면한 로힝야

lee@penseur21.com

이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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