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현지시간으로 2일 로이터통신은 허리케인 ‘하비’ 수해를 입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참모들과 한·미 FTA 폐기 문제를 노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유세 당시부터 한·미 FTA가 미국에게 불리하게 체결됐다는 강경 입장을 유지했지만 개정이나 수정을 넘어 폐기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또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 준비를 참모들에게 지시했으나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 등이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폐기 카드를 꺼내들 경우 동맹관계에 경제적 긴장은 물론 안보공조에 균열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 폐기는 한국정부를 고립시킬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미국 재계도 한·미 FTA 폐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미상공회의소는 “한·미 FTA 체결 이후 항공수출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두자릿 수 관세가 폐지돼 주요 농상품 수출이 늘어났다”면서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백악관과 업계의 관계는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 의회도 한·미 FTA 폐기에 대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미 의회는 지난 7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미 FTA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전략적 관여의 핵심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한·미 FTA 협정을 폐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제계의 반대여론이 거세다보니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강수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이 정말 폐기를 고려하는 건지 협상기술의 하나로 한국정부를 압박하려는 건지는 불분명하다”고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