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양균 기자] “(환자가) 기자와 면담한 사실을 보호자가 알고 노발대발했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옷을 갈아입다 서서 무슨 말인가 싶어 한참을 들여다봤다. ‘맞아. 어제 결핵병원에 갔었지.’
5일 국립목포병원에서 하루를 체류하며, 병원 곳곳을 둘러봤다. 국가결핵치료의료기관으로 전남지역 제1호 감염병관리기관인 국립목포병원은 국가지정 격리병상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4개 병동의 204병상을 상시적으로 돌보는 의료진의 숫자는, 그러나 놀라우리만큼 적었다. 의사 4명에 간호사 28명이 전부였다. 진료과는 흉부외과(3명)가 전부이며, 6명의 공중보건의가 투입되고는 있지만, 복무가 끝나 빠져가는 공보의의 수만큼 신규 의사가 제때 채워지지 않는 실정이다. 각 병동은 간호사 7명이 3교대로 근무하며, 야간에는 간호사 1명이 병동을 지킨다.
현재 보건복지부 직할 국립의료기관 중에 결핵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은 국립마산병원과 국립목포병원이 유일하다. 과거 국립공주병원이 정신병원으로 진료 분야를 바꾸면서 이 두 곳이 결핵의 마지노선이 된 셈이다. 물론 서울서북병원이나 국립대병원 및 민간병원에서도 부분적으로 진료와 치료가 이뤄지긴 한다. 그러나 2주에서 최대 2년을 요하는 결핵 집중 치료는 일반병원으로선 난색을 표하는 게 사실이다.
‘한국에서 아직도 결핵이?’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통계를 보면 한국은 ‘결핵 위험국’에 가깝다. OECD 회원국 중 결핵에 관해선 유독 맥을 못 추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결핵발병률(86명)과 유병률(101명), 사망률(3.8명) 모두 1위다. 2014년~2016년 결핵 환자 및 사망자 현황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확연하다. 최근 들어 슈퍼결핵으로 불리는 광범위약제내성결핵, 중증 결핵, 노인 및 외국인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김천태 병원장은 “돈과 희망 모두 없는 환자는 국립목포병원으로 온다”면서 “결핵 환자의 마지막 보루로 찔끔찔끔의 인력 지원으로는 공공의료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 “손이 없다”
-민간병원에서 결핵 환자를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러 가지일 것 같다.
국립목포병원은 일반결핵 및 내성결핵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가 이뤄진다. 민간병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환자들이 주로 온다. 결핵은 격리 치료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민간병원에서 감염 우려를 무릅쓰고 환자를 돌보기는 무리가 따른다. 병상당 병원 운영에 필요한 단가를 맞추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민간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의 초기 결핵 진단과 약을 주면서 부작용을 본다. 이후 우리병원으로 오게 된다.
(지난해 국립목포병원에는 4만3931명의 입원환자와 3564명의 외래환자가 내원했다.)
-격리병상 시설기준을 맞출 수 없었다고 들었다.
병원이 80년대 후반에 설계되어서 격리병상의 시설기준을 맞출 수가 없었다. 의료진-환자간 동선 분리가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동선 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교차 감염의 위험이 있다. 구조 변경만으론 한계가 있다. 50병상 규모의 내성결핵전문센터를 신축을 준비 중에 있다.
(‘신축을 준비 중’이긴 하지만, 신축이 확정되기까진 가야할 길이 멀다. 예산 확보부터 난항이다.)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 않을까.
감염병 전문병원이 운영되고 있고,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시설기준 강화의 공감대는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 병원의 시설이 취약하다보니 더러 의료진들이 감염되는 불상사가 있기도 하다. 입원 환자 중에는 내성결핵이 많아서, 설사 의료진이 잠복결핵으로 진단이 나와도 치료를 할 수는 없다. 내성결핵은 발병을 해도 치료가 어렵다.
-결핵 환자의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내성결핵이나 만성배균자는 치료 방법이 없다. 사망할 때까지 병원으로부터 호스피스 간호를 받아야만 한다. 현재 110명이 입원해 있다. 보유한 병상은 200개가 넘지만, 현재는 150병상만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인력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간호 인력이 없어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원활한 정원 확충은 요원하다. 운용 가능한 간호 인력은 38명인데, 이중 10명이 행정지원으로 빠지면, 4개 병동은 각 병동당 7명이서 3교대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환자 2명당 간호사 1명이 필요하다. 최소한 55명은 있어야 한다. 간호사들은 야간 근무시 비상벨을 들고 다닌다. 혹시 모를 위험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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