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후보자 역사인식 면죄부는 과학자에 대한 모독”

“박성진 후보자 역사인식 면죄부는 과학자에 대한 모독”

기사승인 2017-09-07 17:16:01

[쿠키뉴스=조미르 기자] “과학자는 역사인식이 부족해도 된다는 것은 과학자에 대한 모독이다”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의 건국절 인식 논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후보자가 역사학자도 아닌데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냐”는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한 상임대표는 이번 논란을 두고 “한국 사회 전반의 역사의식 빈곤”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내년 8.15는 정부수립 70주년, 2년 뒤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1948년을 정부 수립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두고 1919년 ‘임시정부설’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설’ 두 가지 의견으로 갈려 갈등을 낳고 있다. 건국절 논란을 둘러싼 상이한 논쟁이 무엇인지 짚고자 7일 한 상임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한 상임위원과 나눈 일문일답.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표현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문 대통령이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 취지로 말한 건 이해한다. 그러나 그 의견에는 반만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4대 국경일 중에 개천절(우리 민족 최초 국가인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이 있다. 1919년에 국가를 세웠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100년 밖에 되지 않는 신생국가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5000년 역사를 강조하는 국가이지 않은가. 우리 역사가 100년의 역사로 오해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개천절의 의미를 설명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건국절 논란이 시작된 건 언제부터인가

지난 2006년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동아일보에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 교수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경제학자다. 그런데 우익세력들이 그걸 보고 ‘친일을 세탁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으로 건국절 논란을 확대 재생산했다. 심지어 국회까지 나서서 당시 한나라당이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넣은 법안을 발의했다. 지금 이 교수는 뉴라이트의 이론가가 됐다. 건국절 논란이 하나의 정설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 학자가 칼럼을 쓴 것 갖고 온 나라가 떠들썩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건국절 논란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건 한국의 ‘역사의식 빈곤’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논쟁이다.

▲역사적으로 1945년 광복 당시 건국 개념은 무엇이었나

지난 1945년은 분단이라는 개념이 없던 때다. 그 당시에 누구도 남북 분단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1945년 당시 생각했던 새로운 나라 건설은 당연히 ‘통일국가’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설’은 분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건국절 논란은 냉전 이데올로기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의 역사관을 두고 논란이 많다

문재인 정부 참모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이번 정부는 촛불정신을 계승했다고 주장하는데, 박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반(反)촛불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면죄부를 주는 이유가 ‘역사학자도 아닌데, 역사의식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과학자는 역사인식이 부족해도 된다는 것은 과학자에 대한 ‘모독’이다. 이런 식으로 대처를 하니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60% 밑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1919 임시정부설’이 국가 구성요건(영토, 주권, 국민)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그 논리대로 따라가면 일제 식민지 지배하에 조선총독부가 합법적 권력이라는 논리가 된다. 결국 친일 행적을 변호하기 위한 궤변이다. 그들이 그렇게 주장을 한다면 전 세계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의 사례들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식민지 해방한 나라들이 역사 정통성을 찾는 방법으로 ‘독립을 선언한 날’을 적용한다. 가령 미국의 경우에도 영국과 전쟁에서 싸운 날을 기리는 게 아니라 독립기념일을 적용하고 있지 않나. 이밖에 남미나 필리핀 등 식민지로 독립한 나라들만 봐도 알 수 있다. 

한상권 교수 프로필

▲서울대학교 사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학 석·박사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민가협양심수후원회 회장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동덕여자대학교 이사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부위원장 ▲덕성여자대학교 인문과학대학 사학과 교수

meal@kukinews.com
조미르 기자
meal@kukinews.com
조미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