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나도 출근해라”…우체국 ‘갑질’이 결국 집배원 자살 불렀다

“교통사고 나도 출근해라”…우체국 ‘갑질’이 결국 집배원 자살 불렀다

기사승인 2017-09-10 05:00:00

[쿠키뉴스=조미르 기자] 광주의 한 우체국 집배원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유가족이 그동안 겪었던 고통스러운 사연을 밝혔다.

서광주우체국 집배원 故 이길연(53)씨의 아들 A씨(26)는 지난 8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전부터 우체국 ‘갑질’이 심해 아버지가 고통을 호소했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가 지난 7월10일 교통사고를 당하셨을 때 왼쪽 허벅지에 피가 가득했다. 피를 빼내도 많이 남아있는 상태였다”며 “1주일 정도 휠체어를 타고나서도 계속 지팡이에 의지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 입원 당시 우체국은 ‘출근 할 거냐, 안 할 거냐’고 계속 압박해왔다“면서 ”뻔히 아픈 걸 보고도 출근을 재촉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달 11일 우편물 배달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한 승용차와 충돌하면서 차량과 오토바이에 다리가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유가족의 주장에 따르면 이씨가 일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해당 우체국은 “(우체국) 안에서 편지 구분이라도 하라”며 출근을 강요했다. 하지만 당시 이씨는 우체국 측에 “서있기도 힘들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호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평소 고인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아버지는 오전 7시에 출근해 8시에 퇴근했다, 바쁠 때는 11시에 퇴근하기도 일쑤였다”며 “예전부터 업무량이 너무 많아 힘들어하셨다”고 전했다.

이씨의 동료 집배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서광주우체국 집배원 B씨는 “우체국에서는 사고가 나도 출근하지 않으면 ‘반협박식’으로 어떻게든 나오게 만들었다”면서 “회사에서 ‘명절이 코앞인데 당신 때문에 얼마나 힘들겠냐’고 독촉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고인은 자기 때문에 우체국이 ‘무사고 1000일’ 달성을 못할까봐 심적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서광주우체국은 오는 12월까지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무사고 1000일을 달성하게 된다. 

해당 우체국 집배원 C씨도 “우체국에서 끊임없이 ‘상태가 어떠냐’ ‘회복되는 대로 빨리 출근하라’고 전화가 왔다”며 “우체국에 일손이 부족하니 다친 상태에서도 출근을 압박했다. 이씨는 평소 하루 800~1000통의 우편물량을 담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유가족과 동료 집배원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해당 우체국 집배실장과 확인을 했다. 우체국에서는 출근을 종용한 사실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유족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지난 5일 광주시 서구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옆에는 불에 탄 번개탄과 함께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내용의 유서가 있었다.

meal@kukinews.com

조미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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