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경기에서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하다가도 순간적인 상대역습에 실점을 허용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9일 서울과 제주의 경기가 그럴 뻔했다. FC 서울엔 다행히 골키퍼 양한빈이 있었다. 그의 안정적인 공 배급과 환상적인 선방이 없었다면 서울은 안방에서 승점 3점을 내줬을 것이다.
양한빈이 속한 FC 서울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의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에서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서울은 66대34로 공을 점유했지만 슈팅 15대12, 유효슈팅 6대5로 마냥 경기를 압도하진 못했다. 제주는 선수비-후역습의 기민한 플레이로 서울의 골문을 지속적으로 노렸다. 오히려 결정적인 찬스는 제주쪽에서 더 많이 나왔을 정도로 리그 2위의 저력은 매서웠다.
위기의 순간 빛났던 건 양한빈이었다. 그의 첫 선방은 27분에 나왔다. 제주 공격수 마그노가 역습 상황에서 페널티아크 정면까지 공을 몰고간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양한빈이 몸을 날리는 슈퍼세이브로 실점을 막아냈다.
7분 뒤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마찬가지로 제주 역습 상황에서 마그노가 문상윤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은 뒤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까지 공을 몰고 갔다.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은 그는 침착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리 방향을 예측한 양한빈이 오른손으로 공을 쳐내며 다시금 골대 그물을 온전하게 유지시켰다.
전반 42분 제주 프리킥 상황에서 길게 들어온 패스를 권한진이 골문 앞으로 떨어뜨렸으나 마찬가지로 양한빈이 날렵하게 나와 공을 캐치하며 원천 차단했다.
양한빈의 활약은 후반에도 계속됐다. 후반 8분경 우측에서 안현범이 수비수를 벗겨낸 뒤 먼 쪽 포스트를 바라보고 강력한 땅볼 슈팅을 때렸다. 그러나 양한빈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공을 쳐내며 위기를 넘겼다.
후반 18분엔 문상윤이 중앙 침투로 기회를 잡았으나 양한빈이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와 공을 처리했다.
양한빈의 연이은 선방으로 경기는 결국 0대0으로 끝났다. 경기 후 조성환 감독은 “역습 상황에서 찬스가 많이 나왔으나 기민함이 부족했다”면서 득점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1991년생, 이제는 K리그 5년차로 배테랑 대열에 합류한 양한빈이다. 그의 노련함이 이후 서울의 상위권 도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