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미사일 절대 포기 안한다. 포기할 거면 핵을 만들지도 않았다” 최경희 통일비전연구회(탈북자 단체) 회장은 북한 핵·미사일 포기 가능성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은 지난 15일 새벽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도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탄착점까지 약 3700㎞를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부처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모든 외교적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러한 대응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는 이번 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서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핵문제의 해법이 무엇인지 짚고자 15일 최 회장을 만났다. 다음은 최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지난 3일 UN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제6차 핵실험에 대응하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김일성 주석이 지난 1994년 죽기 이틀 전에 한 말이 있다. “우리는 계속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아왔다. 언제 제재를 안 받은 적 있었냐”는 말을 했다. 그때 이후로도 국제사회는 계속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왔다. 4차 핵실험, 5차 핵실험 당시에 감행했던 북한 제재는 고강도 제재가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실효성을 있을지 의문이다. 본질을 꿰뚫지 않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북한이 대화를 통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북한에게 핵은 통치자를 지키는 수단이지 북한을 지키는 수단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북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위는 핵 미사일을 배제하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북핵은 김정은의 권력을 지켜주는 수단인 것이다. 이는 북한의 국내 상황에도 적용된다. 핵을 가진 통치자에게 그 누가 저항하겠나. 외부에서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세력이 생기더라도 내부에서는 핵 때문에 조직화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자 면담조사에서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주민들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들었다
논문을 쓰기 위해 많은 탈북자들을 만났다. 조사를 하다 보니, 특히 길주군에서 온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점이었다. 길주군은 풍계리 핵 실험장 인근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조사한 17명 모두가 두통을 호소하고, 빈혈, 폐질환, 호흡기 문제 등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냄새를 맡지 못하거나 구토증상도 일반적이었다. 이들이 병원에 가도 고칠 수 없다고 하니까 ‘귀신병’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아무도 핵 방사성 물질 때문에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렸다는 걸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곳에서 네 번이나 핵실험을 했는데,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만 관심을 갖고, 그 지역 사람들의 건강실태를 조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북한 지식층 일부는 이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길주군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연변 농축우라늄 생산 핵시설에 종사하는 사람들, 우라늄 광산에서 30년간 일하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아이를 못 낳는다. 그러다보니 핵 부분에 종사하면 평생 불구자가 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지식인 계층에는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김정은이라는 젊은 지도자가 처음 등장했을 때, 북한 사람들은 과연 나라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김일성을 닮은 모습, 정치방식을 답습하고 핵개발에 힘쓰면서 권위가 상당히 올랐다. 북한의 신문이나, 중앙방송을 통해 일방적인 정보만 접하는 주민들은 핵이 우리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고, 지켜주고 있다고 인식할 뿐이다.
▲북한의 핵실험 조짐이 또 있는가
북한은 언제 또 핵실험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등장 후 6년 동안 핵실험을 4번 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권위도 동반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핵은 유지하는 비용이 상당하다. 이 비용을 세금으로부터 걷어 들여야 한다. 북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핵개발에 힘쓸 것이다.
탈북자 출신인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북한 권력과 북한 사회 내부 실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통일비전연구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조미르 기자 m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