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아래 서면/ 화살처럼 꽂히는 햇살에 맞아/ 늘 아프고 부끄럽더라
얼마쯤 잊어버린 죄책감을 꺼내어/ 맑은 물에 새로이 헹궈/ 깃대 끝 제일 높이 매달고 싶더라
크신 분의 목소리가 내 귀에 대고/ 괜찮다/ 괜찮다고 속삭일 때까지/ 밤새워 참회록을 쓰고 싶더라
-강진규, ‘가을 하늘 아래 서면’ 중에서
9월 17일 북한산에서 바라본 하늘은 청명하다. 가을 하늘은 유구한 시간과 명징한 계절의 흐름을 닮았다. 혼탁한 먼지 구름이 반짝 물러간 자리, 하늘은 여전한데 세상만 잿빛일 뿐.
사진=이영수 기자, 글=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