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호스트는 시시각각 돌아가는 홈쇼핑 라이브 방송의 키맨(key man)이다. 카메라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온전히 한 타임을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내야 하는 화려한 직업이지만, 내면으로는 끊임없이 공부하며 발전해 나가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매일 새로울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많은 이들의 선망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은수 롯데홈쇼핑 쇼호스트(32·남)를 만나 쇼호스트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본인 소개를 해주신다면.
롯데홈쇼핑에서 패션 대표 프로그램 '패피 더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는, 여자만큼 여자 옷을 잘 아는 남자 쇼호스트 하은수라고 합니다. 쇼호스트를 한 지는 5년차이고 롯데홈쇼핑에서 쇼호스트 공채 기수로는 10기입니다.
-본인이 맡고 있는 롯데홈쇼핑 '패피 더 라이브'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토요일 밤 10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패션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패피'는 패션피플의 약자인데, 저희가 말하는 패피는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될 수 있는 패션 피플을 의미해요. 라이브는 생방송이기도 하고, 고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는 의미의 라이브입니다. 상품을 소개하면서 패션 팁도 소개를 해 주죠. 롯데홈쇼핑에서 패션 대표 프로그램입니다.
-쇼호스트 공채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알고 쇼호스트 시험을 보시게 됐나요.
저는 전공이 체육이에요. 흔히 말하는 사체과, 사회체육과라고 하는 곳이죠. 남자들은 군대를 갔다 오면 진로 고민을 하죠. 뭐 먹고 살지 하는 찰나에 정말 운명처럼 TV 홈쇼핑에서 운동기구 방송을 한 거예요. 그런데 보는 순간 저걸 왜 저렇게 밖에 설명을 못 하지,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다음날 쇼호스트 아카데미에 등록을 해서 한 1년 반 정도 준비를 해서 쇼호스트를 하게 됐습니다.
-쇼호스트도 아나운서처럼 아카데미가 있군요.
요즘은 아나운서 아카데미처럼 쇼호스트 아카데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나운서는 대본에 입각한 방송을 한다면 쇼호스트는 정보에 입각한 방송이고 대본이 없어요. 대본을 누가 써 주지 않고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거죠. 상품에 대한 스펙은 알아야 합니다. 예컨대 블라우스라고 하면 소재 비율, 면이 몇 퍼센트 들어가고 폴리가 몇 퍼센트 들어갔는지, 55사이즈에 어깨 넓이 등 스펙은 숙지를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트렌드라든지, 고객들에게 어떻게 어필하면 될지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스토리텔링을 제가 합니다.
-스토리텔링이 쇼호스트라는 직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매력이죠. 신발도 같은 펌프스라도 다양한 종류가 있잖아요. A라는 펌프스를 팔 때는 이 구두의 편안함에 대해서 엄청 얘기를 많이 해요. A와 비슷한 B라는 펌프스에 대해서는 새로운 셀링 포인트를 찾아내는 거죠. 고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도 하고, 방송 후에 사후미팅을 하면서 상품의 컨셉을 바꿔보기도 하고, 전략미팅을 하면서 어필 포인트를 잡아내기도 하구요. 똑같은 제품을 똑같은 조건에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시간대에 판매해도 매출이 같지가 않아요. 매번 달라서 다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다름 때문에 새로움을 느끼기도 해요. 긴장감을 느낄 수 있고, 매일 새로워요. 제가 5년차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회사 처음 들어온 나이 같아요. 계속 생각하니까 진부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아요. 젊게 사는 것 같고 그래요.
-치밀함이나 순발력이 필요한 것 같은데, 쇼호스트에게 필요한 자질이나 마음가짐은 뭐가 있을까요.
저는 호감 가는 비주얼은 필요한 것 같아요. 코가 예뻐야 하고, 쌍커풀이 있어야 하고, 그런 게 아니라 평상시에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비주얼이어야 되죠. 나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오디오, 보이스가 있어야 할 거 같아요. 그렇다고 아나운서의 오디오와는 다른 게 롯데홈쇼핑의 마흔 명 넘는 쇼호스트 중에 화법과 표현하는 방식이 다 다르거든요. 또 대본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순발력이 당연히 있어야 해요. 방송을 진행하다 보면 옷걸이가 떨어질 때도 있는데 긴장하기보다 옷이 얼마나 가벼우면 떨어지겠습니까,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실제로 쇼호스트 시험을 볼 때 순발력을 테스트하기도 해요.
-곤란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그날 그날 날씨에 민감한 경우에는 기간적인 날씨에 소구를 더 하게 되죠. 오늘은 덥지만 내일은 더울 것이다. 오늘은 조금 스산하지만, 일기예보에서는 9월까지 덥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렇게요. 11월달에 온수매트 편성이 잡혔는데 날씨가 갑자기 영상 이렇게 올라가요. 그러면 12월달에 더웠던 적이 있느냐, 이렇게 대처를 하는 거죠. 날씨 때문에 일희일비 할 때가 실제로 많아요. 옷 같은 경우도 사실 가죽 같은 경우 비가 오면 취약한데, 비가 오면 그 상황에 대해서도 즉흥적인 연구를 하게 됩니다. 두 컬러 중 카멜 컬러가 더 잘 나갈 경우, 남아 있는 블랙 컬러를 고객들에게 어떻게 소구할 수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고민하죠.
-쇼호스트 채용 과정, PT와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주세요.
기본적으로 서류 심사를 진행하고요, 예전에는 자기소개와 스튜디오에서 찍은 프로필 사진을 받았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요즘에는 프로필 사진이 마법을 부려요. 그래서 영상을 제출하는 게 트렌드가 됐어요. 1분짜리 영상, 전혀 조작하지 못하는 자기소개 영상을 제출해서 그 영상에 입각해서 판단을 하는 거죠. 이후 자기 소개 면접을 봅니다. 스튜디오의 조명과 카메라와 아이컨택을 했을 때 실제로 적합한지를 보기 위해 카메라테스트를 실시해요. 그렇게 해서 걸러진 사람들이 실무 테스트를 합니다. 예를 들어 롯데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2분에서 3분 정도 추려서 PT를 하는 거죠.
-실제로 본인은 면접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당시에 수트 방송을 진행했어요. 요즘은 남자 제품들이 많지만 당시에만 해도 남자 제품들이 활발하지 않았어요. 남자의 수트 이야기를 남자가 전달하고자 어필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 수트를 보여주면서 나의 키도 보여주고, 수트는 덩치가 커야 돼서, 그런 것도 보여주고 그리고 패션에 대해서 공부했다는 걸 어필하고 싶었어요. 방송하고는 조금 다르게 엔터테인먼트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기존 쇼호스트보다 더 잘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거든요. 그러면 조금 다르게 해보자, 라고 생각했죠.
-쇼호스트를 하면서 재밌었거나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요.
홈쇼핑은 지상파나 종편에 대비 방송 심의가 까다로워요. 이 방송 심의 중 하나가 선정성과 관련한 심의가 있어요. 예를 들어 밤 10시 이전에는 여자의 속옷을 남성이 만지지 못하게 돼 있어요. 밤 9시 45분에 방송을 시작해서 밤 10시 반까지 제가 진행했던 여자 속옷 방송이 있었어요. 10시 전까지는 만질 수가 없는데 난감했죠. 또 남자가 여자 속옷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게 낯간지럽고 여성 입장에서는 한 끗 차이로 불쾌한 이야기잖아요. 그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 내가 말은 많이 안 하더라도 굉장히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몇 번 더 언더웨어 방송을 했는데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어요.
-힘들었던 일이라면요.
아무래도 고객과 소통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출이 안 나오면 내가 고객과 소통을 못 했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나의 이야기가 고객들에게 공감대를 얻지 못했나, 이런 생각을 하죠. 방송이 잘 나왔을 때는 상품도 좋고, 운영하는 PD도 좋았고 쇼호스트의 멘트도 좋고 그런 것들이 모두 맞아 떨어져야 하겠지만, 방송 매출이 잘 안 나왔을 때는 내가 내 중심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고객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나 하면서 아쉬움이 있죠. 반성하게 되죠. 상품 매진된다고 해서 저한테 10원도 안 떨어져요. 그래도 저는 얼굴을 내밀어서 고객과 아이 컨택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니까요, 매출이 안 나오면 아쉬워요.
-보람 있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비공식 자료지만 청바지를 가장 많이 판 전체 홈쇼핑 기네스를 가지고 있어요. 엄청난 기억이고 짜릿함이 있어요. 그 이후로 청바지에 대해서 더 공부하게 되고, 패션에 대해 더 공부하게 됐어요. 방송에선 우선 좋은 핏을 보여주려고 자기관리를 많이 했구요. 청바지 원단과 이 원단이 어떤 브랜드에서 쓰이는지, 만드는 공정에 대해 공부했어요. 그리고 옷은 상의보다 하의를 선택하는 게 더 어렵거든요. 사이즈도 어떤 바지는 허리가 32가 맞고, 어떤 바지는 안 맞죠. 그런 걸 연구를 많이 했고 그게 어필이 잘 됐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청바지 방송을 정말 많이 하게 됐어요. 그 이후로 좋은 이미지가 성립이 된 것 같아요.
-여자 쇼호스트가 많은데 남자 쇼호스트로서 어려웠던 점들은요.
가장 어려운 것은 입어보지 못한 것을 파는 게 어려웠어요. 패피 더 라이브는 거의 95% 이상이 여자 제품이었어요. 입어보지 못한 옷을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억지로 경험을 하느니 차라리 직관적으로 남자의 시각으로 접근하자고 생각했죠. 예를 들면 예쁜 여자도 여자들이 보는 것과 남자들이 보는 것과 다르잖아요. 그래서 패피더라이브에서 저의 역할이 '썸남'인 것도 있어요. 연애 하기 전 썸남의 입장에서 고객들에게 접근하고자 하는 거죠.
-자신만의 코너인 패션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된 계기는 뭘까요.
제 체형에 맞게 코디하는 건 자신 있었던 거 같아요. 같은 제품을 판매해도 메인 쇼호스트에 따라 어울리는 게 달라요. 어떤 쇼호스트는 베이지가 어울리고, 핑크가 어울려요. 그런 걸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한거죠. 패피 더 라이브의 장점이 그런 거예요. 대한민국 사람들 체형도 천차만별이에요. 같은 66도 목두께 때문에 입는 사람이 있고 팔 두께 때문에, 아니면 그냥 크게 입는 걸 좋아해서 66을 입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다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쇼호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요.
저는 한체대를 나와서 다 체육 하는 사람들 뿐이에요. 저 혼자 방송 일을 해요. 쇼호스트 뿐만이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다방면으로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기회를 많이 열어 두셨으면 좋겠구요. 그리고 쇼호스트를 딱 집어서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경험이 자산이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물건도 떼서 팔아 보고, 피부 관리도 해보고, 물건을 사 보고, 막노동도 해 보고, 그런 경험들이 쇼호스트에게는 단 하나도 버릴 일이 없어요. 군대 갔다 온 것도 저에게는 정말 좋은 자산이에요. 아카데미를 해 보고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수많은 경험이 쇼호스트의 밑거름이고, 멘트에 나옵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