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는 약 32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치료받는 인원은 18만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15회 폐의 날’을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진국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COPD환자 현황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강조했다.
COPD는 담배연기, 공해 등으로 폐에 염증성 손상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만성호흡기 질환이다.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에 따르면, 국내 COPD 유병율은 40대 이상 남성은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에서 3명 중 1명이 가지고 있는 질병이다.
문제는 COPD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 되지 않았고, 적정 치료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COPD 진단과 치료 면에서 문제가 많았다”며 "COPD 추정 환자 중 2.4%만 COPD로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고, 2.1%만 COPD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10대 사망 원인 순위 및 사망률 자료를 살펴보면, 4위가 폐렴, 그리고 7위가 만성하기도질환으로 확인된다. 학회는 폐렴과 만성하기도질환 환자 중 다수가 COPD를 가지고 있으나, 진단이 되지 않은 환자로 추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폐렴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만성 폐질환을 가지고 있다, 사망원인 4위인 폐렴과 7위인 만성하기도질환 환자 대다수가 COPD 의심환자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COPD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폐기능검사(폐활량측정)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COPD 환자 중 폐기능검사를 받은 인원은 37%에 불과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지만 국가건강검진항목에 폐기능 검사가 빠져있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웠다. 최근 국가검진에 폐기능 검사를 추가하기위한 용역사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또한 국내 COPD 치료현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흡입제 처방보다 경구약제 처방이 훨씬 높은 것이 우리나라의 COPD 처방의 문제점”이라며 “흡입제인 기관지확장제는 부작용은 적으면서 효과도 가장 큰 것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흡입제 처방은 1,2차 병원에서 13.65%, 대학병원에서는 33.65%에 그치고, 경구약제 처방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흡입제는 먹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까지 교육 부분에 있어서 수가가 산정돼있지 않다. 바쁜 진료환경에서 시간적 제약은 많고, 수가는 적다보니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서 진단과 적정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앞으로 초고령사회가 닥치면 COPD 유병율은 급격히 늘어날 것” 이라며 “이를 대비해 40 ·65세 생애 전환기에는 폐기능 검사를 받도록 해 중증환자를 예방하고, COPD치료 관련 수가를 신설해 적정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