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자리 창출, 증원만이 답인가

[기자수첩] 일자리 창출, 증원만이 답인가

기사승인 2017-09-27 00:02:00
문재인 정부 들어 많은 공공기관들이 인력확대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46개 공공기관의 하반기 채용 예정인원은 3500명이다. 새 정부가 내세운 일자리창출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도한 정부정책 부응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계획을 벗어난 인력확충에 근무할 장소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에서 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이와 함께 예상 인력추계에 맞춰 신사옥을 지었다. 하지만 늘어나는 인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인력충원을 단순히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업무의 확대와 세분화로 인한 인력충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며 건강보험과 연관된 공공기관의 업무가 더욱 늘어났다. 이 정책은 단순히 급여화를 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 보건의료제도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늘어나는 숫자는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건보공단 원주 신사옥은 이미 수용 인원을 넘어서 새로운 근무지가 필요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앞서 건보공단은 신규직원, 연구직, 청년인턴 등 19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채용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창립 이래 최대인 600명(행정직 380명, 건강직 70명, 요양직 150명)을 공개 채용한다고 밝히며, 예정보다 더 많은 인원이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베이비 붐 세대의 퇴직이 2018년부터 본격화되므로 향후 수년간 매년 1000여명 규모의 채용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알리오 공시에 따르면 건보공단의 정규직 정원은 현재 1만3935명이다. 현 인원은 300여명이 부족한 1만3642명이다.

심평원도 원주 신사옥을 건설 당시 향후 인력확대를 예상해 제2사옥을 추진했고, 현재 터를 닦고 있는 중이다. 제1사옥에는 1차로 직원의 절반이 옮겨갔고, 2019년 서울에 남아있는 1000여명의 직원이 제2사옥으로 자리를 옮긴다. 

심평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신규직원을 대거 채용하면서 본원 직원만 2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알리오에 따르면 심평원의 정규직 정원은 2579명이며, 현 인원은 2559명이다.

이러한 상황은 계획적인 인력채용을 진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늘어나는 직원을 감당하지 못해 뒤늦게 근무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은 근무환경도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또 이후에 추가로 사옥을 지을 경우 국민의 불편한 시선도 받아야 한다.

보다 일을 제대로 하기위해 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근무환경도 마련되지 않은 비계획적인 인력확충은 문제가 된다. 

정부의 일자리 확충에 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단순히 일자리 늘리기로만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제대로 일할수 있는 인력을 뽑아, 제대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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