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럽고 차가운 독방에서 지내며 질병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미국 언론 CNN은 17일(현지시간) “컨설팅업체인 MH그룹은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문건에는 “계속 불을 켜 놓아 박 전 대통령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이 허리통증 및 만성질환과 영양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는 받지 못했다”고 적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무부는 적극 반박에 나섰습니다. 법무부는 “수감자의 자살시도를 예방하기 위해 취침 시간에는 수용실 내 전등 3개 중 1개는 켜 놓는다”며 “은은한 옛날 가로등 수준으로 잠을 설칠 정도의 밝기는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필요한 경우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내부 의료진에게 수시로 진료받고 있으며, 외부 전문 의료시설에서도 2회 진료받는 등 (구치소 측은) 진료 기회도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8일 자신의 SNS에 “어이가 없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 한 게 확실하다”며 “이런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있었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탄식했습니다. 네티즌들도 “본인이 침해한 국민의 인권은 잊어버렸냐”면서 의견을 보탰습니다.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공권력에 의해 국민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지적은 숱하게 일었습니다. 지난 2015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던 고(故) 백남기 농민은 317일간의 투병 끝에 숨졌습니다. ‘시위 진압 시 물대포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있었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했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민간인 사찰 역시 문제입니다. 김 전 실장은 고위법관 및 변호사들을 부당하게 사찰하고 징계를 내리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는데요. 그는 진보 성향을 띈 민간인들을 ‘블랙리스트’로 지정, 지원 배제 지시를 내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헌법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사생활의 자유를 가지며 그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사상의 자유와 표현·예술의 자유도 보장돼 있죠.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의 권리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정부가 문건을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안보실에서 발견된 문건에 따르면 위기관리센터는 지난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30분 박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침몰 상황을 최초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정된 보고서에는 최초 보고 시점이 오전 10시로 변경됐습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실제로) 보고한 시점을 30분 늦춘 것”이라며 “(보고 시점과)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시간 간격을 좁히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부의 책임을 덜어내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셈입니다.
이러한 박 전 대통령의 행태는 전부터 지적됐습니다.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cpbc 가톨릭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박근혜 정권 4년간 대한민국의 인권이 후퇴했다고 판단했다”면서 “국민의 분노는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왔다고 생각한다. 최순실씨나 정유라씨와 관련된 비리는 기폭제였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지도자였습니다. 그가 1순위로 고려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어야 했고요.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국민의 권리에 눈을 감았습니다. 수감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인권’을 운운하는 그에게, 국민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낍니다. ‘후안무치’란 단어는 이럴 때 써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