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엄연히 달라요"… 홈쇼핑과 T커머스, 미묘한 신경전

"우린 엄연히 달라요"… 홈쇼핑과 T커머스, 미묘한 신경전

홈쇼핑 "업계 경쟁 심해져" vs T커머스 "아직 매출 걸음마 단계"

기사승인 2017-10-26 08:53:07


홈쇼핑과 T커머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는 TV홈쇼핑과 T커머스 사이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주로 IT기반을 가진 후발주자인 T커머스 사업자끼리 한목소리를 내며 기존 홈쇼핑업계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T커머스는 텔레비전을 통한 상거래를 뜻하는 말이지만, 주로 라이브인 홈쇼핑 방송과 달리 녹화 방송으로 송출되며 TV리모콘을 통해 간편하게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를 일컫는다. T커머스와 홈쇼핑 모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승인을 받아 운영한다. 

T커머스협회 등에 따르면 T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4년 790억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 올해 1조원대로 급팽창했다. 올해는 1조8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IPTV가 각 가정으로 확대되고 모바일로 T커머스를 접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T커머스에서 선두 업체는 KT 계열사 KTH가 운영하는 K쇼핑, 2위는 신세계가 운영하는 신세계TV쇼핑이다. 이들은 올해 자체 방송센터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한다는 포부다. KTH는 자체 방송을 위해 쇼호스트를 뽑았고, 신세계TV는 거액의 수수료를 내고 KT가 운영하는 IPTV인 올레TV에서 황금 채널인 2번을 달았다. 

IPTV Btv를 갖고 있는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쇼핑채널 B쇼핑도 T커머스사다. 오는 12월이면 SK브로드밴드에서 B쇼핑이 분사되어 자사 플랫폼인 Btv에서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IPTV 운영사가 운영하는 홈쇼핑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태광산업이 하는 쇼핑앤티와 TV벼룩시장을 운영하는 W쇼핑도 단독으로 T커머스를 가지는 T커머스업체다. 

여기에 주요 홈쇼핑사들도 자체 T커머스 채널을 갖고 있다. 2015년 만들어진 CJ오쇼핑의 CJ오쇼핑 플러스(plus), GS홈쇼핑의 GS 마이샵(my shop), 롯데홈쇼핑의 롯데원(one)TV, 현대홈쇼핑의 플러스샵(plus shop) NS홈쇼핑의 NS홈쇼핑 플러스(plus) 등의 채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 생긴 T커머스협회 회원사는 통신사가 주축이 된 KT, SK, 등 5개 업체에 불과하다. T커머스를 갖고 있는 홈쇼핑 5개사는 제외됐다. 이들은 홈쇼핑사가 속한 TV홈쇼핑협회와는 결을 달리하는 모양새다. 대규모 인프라를 갖춘 홈쇼핑과는 규모도 이권도 다르다는 생각에서다. 홈쇼핑사들은 TV홈쇼핑협회와 온라인쇼핑협회에만 가입돼 있다. 

복수의 홈쇼핑 관계자는 "현재 홈쇼핑 회사들은 T커머스를 모두 운영하고 있는데도 T커머스협회에는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T커머스에서 라이브 방송으로의 확대를 바라면서 TV홈쇼핑이 T커머스까지 2개 채널에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는 이야기를 흘리고 있어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홈쇼핑 관계자는 "KT와 SK 등 IPTV 사업자들이 홈쇼핑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협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T커머스 관계자는 "TV홈쇼핑이 T커머스 초기 유사홈쇼핑이라는 논리로 출범 자체에 크게 반대했다가 채널을 2개 가지게 되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는 등 수혜를 받는 중"이라며 "TV홈쇼핑 업체들은 재고 방송 등을 통해 T커머스 초기부터 흑자를 내왔지만 단독으로 T커머스만 운영하는 업체들은 아직 흑자를 못 내고 있어 초기 단계일 뿐이다"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양측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기존 홈쇼핑 업체들은 자사 플랫폼을 가진 통신사들이 홈쇼핑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는 T커머스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홈쇼핑 업계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 좋은 번호를 선점하기 위한 수수료 경쟁도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단독 T커머스사는 파이를 키우고자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면서도 T커머스사에만 주어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T커머스사들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금지한 라이브 방송으로서의 전환을 원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은 몇 개 상품을 오랫동안 보여줌으로써 한꺼번에 대규모 물량을 소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 매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T커머스사들은 아직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TV홈쇼핑 시장 규모는 지난해 17조원이지만 T커머스 시장은 이제 1조원 규모로 걸음마 정도다. 자체 스튜디오나 자체 방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기반을 갖춘 홈쇼핑 업체로서 제대로 규모를 갖춰 가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업체의 초기 성장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T커머스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며 "채널이 많아진 만큼 다양한 알력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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