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아나운서 ▶ 오늘도 제시된 키워드로 시작합니다. 키워드 포착. 오늘은 이승희 기자와 함께 합니다. 이승희 기자, 안녕하세요.
이승희 기자 ▷ 네. 안녕하세요. 키워드 포착의 이승희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이승희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공관병 갑질 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우리 사회에 끊이지 않고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갑질이에요. 갑을관계 즉,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갑이 그 상대방인 을에 대해 불합리한 요구나 지시, 무시나 악행 등을 하는 건데요. 갑질은 그동안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군에서 나왔죠. 그리고 다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공관병 갑질 논란. 오늘 이승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봅니다. 이승희 기자, 이번에 갑질이 알려지게 된 건 한 공관병의 제보였죠?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의 공관병이었던 A씨가, 인권단체인 군인권센터에 박 전 대장 부부의 갑질을 제보한 건데요. 1년 가량 박 전 대장의 공관병을 하고 전역한 A씨에 따르면, 박 전 대장 부인은 물 떠오기 등 잔심부름은 기본이고, 아들 밥 차려주기, 아들 친구 바베큐 파티 준비하기까지 모두 공관병에게 일임했다고 합니다. 공관병들을 하인처럼 부리는 걸로도 모자라, 사소한 일로 트집을 잡고, 인격 모독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구체적인 피해 내용도 살펴볼게요.
이승희 기자 ▷ 박 전 대장 부인은 조리병에게 “너희 엄마에게 이렇게 배웠냐”면서 폭언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관병에게 전자 팔찌까지 채웠는데요. 심부름을 시킬 때마다 팔찌로 호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공관병이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폭언을 하고, 2층까지 걸어왔다는 이유로 “어딜 감히 걸어오느냐”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결국 해당 공관병은 1층까지 내려간 뒤, 다시 뛰어서 박 전 대장 부인에게 가야 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박 전 대장의 부인이 청소부터 빨래까지 모든 집안일을 공관병에게 떠맡긴 거네요.
이승희 기자 ▷ 네. 맞습니다. 게다가 공관병들은 박 전 대장 아들의 시중까지 들어야 했는데요. 부인의 지시로 아들의 밥을 차려주거나 설거지를 하고, 심지어 아들의 속옷 빨래까지 했다고 합니다. 부인은 아들에게 간식으로 전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공관병의 얼굴에 전을 집어 던지기도 했는데요. 어느 날은 아들 친구들이 올 테니 바베큐 파티 준비를 하라면서, 약 8명의 병사들에게 고기 준비부터 파티 뒷정리까지 모두 떠맡겼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냥 개인 하인처럼 부린 건데요. 그 와중에 기본적인 인권도 지켜주지 않았네요. 결국 공관병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 같아요.
이승희 기자 ▷ 네. 한 공관병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는데요. 폭언을 참다못한 병사 한 명은 관사를 뛰쳐나가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당시 박 전 대장은 공관병들을 일렬로 세워둔 뒤, 군기가 빠졌다면서 되려 병사들을 나무랐고요. 심지어 너무 편한데 있어서 정신이 해이해진 것이라며, 해당 공관병을 최전방 부대로 파견보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유배 보내졌던 공관병은, 최전방 부대에서 근무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어요. 그런데 그렇게 피해를 당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그 공관병들은 왜 진작에 알리지 않았을까요? 전역 전에 밝혔더라면, 그 갑질에서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요.
이승희 기자 ▷ 육군 대장은 군내 서열 3위입니다. 박 전 대장의 계급이 장군이다 보니, 차마 밝힐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간부들에게 호소해도, 어쩔 수 없으니 조금만 버티라는 위로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다들 당하면서도 밝힐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던 건데요. 한 공관병의 용기 있는 선택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어요. 일단, 박 전 대장이 군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죠?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박 전 대장이 군 검찰단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요. 박 전 대장의 부인 전모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받았습니다. 군 검찰은 박 전 대장에게 공관병 갑질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는데요. 앞서 박 전 대장은 육군본부에 전역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군 수뇌부 인사에서 정책연수 발령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특별한 보직 없이 현역 신분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런데 그렇게 전역 지원서를 거부당한 부분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많아요.
이승희 기자 ▷ 그렇습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장이 인사소청을 제기한 것은, 민간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박 전 대장도 자신의 전역 신청을 유보한 국방부에 항의를 표시했죠?
이승희 기자 ▷ 네. 자신의 전역을 연기한 데 대해 인사소청을 제기한 것인데요. 박찬주 전 대장의 항의는, 중장급 이상의 장교가 면직될 경우, 전역하도록 한 군인사법 조항이 근거가 됐습니다. 실제로 대장급 장성은 보직에서 물러나면 즉시 군복을 벗었는데요. 그래서 국방부는 박 전 대장의 항의가 타당한지 심의하기 위해, 법규에 따라 소청심사위원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만약 전역을 하게 되면 민간 검찰로 넘어가게 되고, 군인 신분이 유지될 경우, 군 검찰이 사건을 맡게 되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그리고 이번 갑질 논란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배경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먼저, 사건이 일어난 이 공관이라는 건,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 공간이고 또 누구에게 제공되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공관은 말 그대로 정부 고위 관리가 공적으로 쓰는 저택입니다. 관사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 아닌 공무원의 주거공간인데요.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관이 제공되는 공무원은 국무총리와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정도입니다. 경제부총리 등 타 부처 장관들에게는 공관이 아닌 관사가 지급되는데요. 이 관사도 70평을 넘지 않습니다. 이들의 생활을 돕는 사람 역시 따로 두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장관들에게도 제공되지 않는 공관이 장군에게는 지급되고 있는 거군요.
이승희 기자 ▷ 네. 맞습니다. 군 내 여단장급 이상 장군들에게는 공관이 지급되고 있는데요. 이번에 논란이 된 박 전 대장의 공관은 160평 규모였다고 합니다. 또 공관에서는 공관병들이 근무하고 있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 공관병의 일이 사모님의 시중은 아닐 텐데요. 원래 임무는 뭔가요?
이승희 기자 ▷ 공관병은 음식 조리와 부대 및 지휘관과의 연락, 지휘관 경호, 군 기자재 및 각종 비밀 취급 등을 맡고 있습니다. 부관실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당번병과는 다른 보직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데 지금까지는 임무와 상관없는 일을 해왔던 거죠. 그럼 그 공관병 수는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해요.
이승희 기자 ▷ 규정에 따르면 여단장과 사단장급은 1명, 군단장급은 2명, 사령관급은 3명의 공관병을 둘 수 있습니다. 현재 육군이 운영하고 있는 공관은 100여개에 달하는데요. 육군은 규정상 공관병을 총 140명까지 운용할 수 있지만, 지휘관에 따라 공관병을 두지 않는 경우도 있어, 현재 근무하는 공관병은 100여명 정도라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그 공관에는 어떤 지원이 있나요? 유지비 등은 개인 부담인가요?
이승희 기자 ▷ 국방부 지침에 따르면, 4성 장군 공관은, 관리비, 수도세, 전기세, 난방비 등 일체 비용이 국고에서 지원됩니다. 또한 3성 장군 이하 지휘관의 공관이나 관사의 경우, 단독 및 연립관사는 관리비가 따로 없습니다. 다만 수도와 전기, 난방비의 경우, 지원 한도량 초과 시 개인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고요. 박 전 대장의 관사에서 일했던 공관병의 제보에 따르면, 공관에서 사용하는 냉장고는 무려 9대나 됐다고 합니다. 결국 그 전기세는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고 있는 셈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맞아요. 이 박 전 대장은 갑질 뿐 아니라 다른 의혹도 있는데, 그 부분이 바로 그 냉장고 9대를 둘러싼 논란이더라고요. 그래서 군용물을 절도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죠?
이승희 기자 ▷ 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박 전 대장이 육군참모차장으로 이임할 때, 공관 내 냉장고와 TV 등 부품 일체를 모두 가져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박 전 대장이 공관 비품을 모두 들고 갔고, 관사 비품을 구매하기 위한 예산 역시, 이미 모두 사용한 상황이었다고 하는데요. 결국 후임은 장병의 복리증진을 위한 부대 복지기금으로, 관사 비품을 구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부대 재산을 개인 소유물로 취급해 무단으로 가져간 건, 분명 절도 행위이자 범죄에 해당하는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당연합니다. 군형법 제75조 군용물 절도죄에 해당되는데요. 군인권센터는 장군이 보직을 옮길 때마다 공관 비품을 가져가, 후임자가 이를 재구매하는 혈세 낭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공관병을 상대로 한 갑질 조사뿐 아니라, 예산 지출 내용 역시 전수 조사해, 이러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결국 공관과 공관병 제도가 장군들을 과도하게 예우하는 군사 정권의 잔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공관병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요. 또 터질 게 터졌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건, 이런 행태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건데요. 사실 이렇게 공관병을 향한 갑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이승희 기자 ▷ 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몇 달 전 군 인권센터는, 당시 육군 제39사단 사단장이었던 문병호 전 소장이, 휘하 장병들에게 폭언, 가혹 행위, 사적 지시를 가했다는 다수의 제보를 입수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문 전 소장은 공관병들에게 술상을 차려오라고 지시한 뒤,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대기 중이던 장병의 목덜미와 뺨을 때렸다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지난 2005년에는 이른바 멸치 장군 사건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한 공관병이 멸치를 제대로 보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모 중장에게 양쪽 볼과 정강이를 맞은 것인데요. 당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신 중장은 평소 부하 장병들이 실수할 때, 언어폭력을 일삼았다고 시인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리고 이번에 이 사건이 터지면서, 공관병 출신 예비역들의 경험담과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하던데, 그 내용도 알려주세요.
이승희 기자 ▷ 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이 지난 2007년 고양시에 위치한, 모 여단 공관병으로 근무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는데요. 그는 공관병의 일과를, 한마디로 종노릇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종노릇이라고 표현했다고요? 공관병의 일과가 어떻기에, 종이라는 표현까지 쓴 건가요?
이승희 기자 ▷ 그가 올린 일과는 이렇습니다. 공관병은 여단장이 새벽기도 끝나고 샤워하러 갈 때, 양말, 속옷, 고무링, 지휘봉, 전투모 등을 잘 접어서 운전병에게 전달합니다. 이후 애완견의 밥을 챙겨준 뒤, 공관 내 정원과 텃밭 관리, 빨래 및 청소를 끝내야 하죠. 여단장이 퇴근한 뒤에는 그가 집에서 입는 활동복을 준비해야 하고, 저녁식사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 후 설거지가 끝나면 다림질도 해야 하는데요. 반드시 칼 주름을 내야하고, 전투화는 매일 물광을 내 빛이 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모든 일과가 끝나면 밤 9시 정도가 되는데요. 1시간 남짓 쉬고 나면 취침시간이 된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하루 종일 시중만 들게 되네요.
이승희 기자 ▷ 네. 맞습니다. 게다가 다른 보병이나 전투병들보다 육체적으로 편하다는 사실 때문에, 전역 후에도 군 생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고 합니다. 해당 글쓴이는, 공관병은 차라리 없어졌으면 하는 보직이라며 글을 마무리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어떤 군인이든 정해진 보직이 있고, 맡은 임무가 있지만, 공관병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자꾸만 고개를 기웃거리게 되는데요. 이렇게 공관병 갑질 논란이 커지자, 단순히 박 전 대장 처벌 뿐 아니라, 관련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될 것 같아요.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네. 여당은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공관병 갑질 논란과 관련해, 국방부는 해당 지휘관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같은 당 김경수 의원 또한, 부모 마음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며, 공관병 갑질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리고 사태가 커지자, 대통령도 나섰어요.
이승희 기자 ▷ 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박 전 대장 부부의 갑질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동안 군 장병 인권침해가 주로 선임병들에 의해서만 발생했다면, 이번은 군 최고위급 장성과 가족들에 의해 이루어져, 국민의 충격도 몹시 크다고 말했습니다. 과거부터 거의 관행처럼 자행됐던 일이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군내 갑질은 수면 위로 드러났고, 군 검찰은 박 전 대장 부부와 공관병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이 바로 처벌 가능성이에요. 물론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박 전 대장에게는 우선 직권 남용과, 군 형법상 가혹 행위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의혹들이 있지만, 공관병들에게 전자 팔찌를 채우거나, 의사소통 과정에서 도마를 세게 내리친 일, 뜨거운 떡국의 떡을 손으로 떼어내게 한 점 등은, 박 전 대장 측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전역 신청이 보류되었고, 국방부에 인사 소청을 제기했지만, 일단은 아직까지 박 전 대장은 군인 신분이에요. 군인 신분으로 처벌받게 되면, 어느 정도의 처벌이 가능한가요?
이승희 기자 ▷ 기소될 경우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며, 군형법이 적용되는데요. 군형법 62조에 따르면, 직권을 남용해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 사병들에게 한 행위가 가혹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도, 정상적인 업무 범위를 넘어선 일을 시켰다면, 일반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 수도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또 한 사람. 부인은요?
이승희 기자 ▷ 부인의 경우 민간인이기 때문에, 기소된다면 일반 법원에서 따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요.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한,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해야 성립하는 범죄인, 직권 남용 혐의는 적용받지 않게 됩니다. 다만, 사병에게 욕설을 하거나 뜨거운 전을 얼굴에 던진 행위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 폭행과 모욕 혐의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 공관 비품을 임의로 가져간 의혹도 사실로 확인된다면, 군용물 절도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직권을 남용해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는 있지만, 징역형이 나올 거라고 짐작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실질적으로 볼 때, 어느 정도의 처벌 수위를 예상해볼 수 있을까요?
이승희 기자 ▷ 법조계에서는 군용물 절도 외에, 공관병들에게 부당한 지시나 가혹행위를 한 부분만 놓고 보면, 벌금형 이상이 선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박 전 대장 부부가 범죄전력이 없고, 광범위한 지시 권한을 가진 군 지휘관이라는 신분 특성상, 직권 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누가 봐도 엄연한 갑질을 일삼았는데도, 강한 처벌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피해 공관병들이 추가 제보한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방침입니다. 그러나 그 부분도 문제가 많은데요. 징계 위원회를 구성하려면 적어도 3명의 선임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4성 장군인 박 전 대장보다 선임인 사람은, 합참의장과 육군 참모총장 단 둘뿐인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결국 현실상, 징계 자체가 어렵네요. 군 인사법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만약 재판 결과, 박 전 대장에게 실형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이승희 기자 ▷ 그렇게 되면, 박 전 대장은 전역한 뒤, 예비역 군인으로 받는 각종 예우도 그대로 받을 수 있는데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경우에 한해, 안장 신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고 해서, 국립묘지안장 거절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아무리 나라를 위해 일한 4성 장군이라 해도, 봐주기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군 인사법 개정이 필요해보여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래서 이번에 고위급 군인이더라도 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군인사법 개정안, 일명 박찬주 징계법이 발의됐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어놓은 건데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존 현행법상 징계위원회에는, 징계를 받는 당사자보다 서열이 높은 선임 3명이 참여하게 돼 있습니다. 서열 3위 이상인 군인의 경우 징계위를 구성할 수 없다는 법률적 허점이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부분을 개정하겠다는 건가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이승희 기자 ▷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심의대상이 징계위를 구성할 수 없는 고위 장성일 경우, 국무총리 소속 징계위원회에서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수사 및 징계의 목적으로 직위해제, 보직 해임된 장군의 경우, 자동 전역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죽하면 일명 박찬주 징계법이 발의되었을까 싶네요. 앞으로 군 장성들이 징계 사각지대에 숨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하겠죠. 그동안 군대 내에서 발생한 범죄와 관련해 군이 보여준 행보는 실망스러웠는데요. 이제는 달라진 군의 대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을 살펴본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이승희 기자,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어요. 다음 시간에 뵐게요.
이승희 기자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