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남부지방산림청 이종건 청장

[기고문] 남부지방산림청 이종건 청장

기사승인 2017-10-26 10:34:38

“해마다  3만 명이 찾는 솔향 가득한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여름내 정겨운 매미소리로 가득하고, 녹색의 울창했던 숲은 그 웅장한 기세가 한풀 꺾여 노랗고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특히 10월은 일년 중 밤과 낮의 온도차이가 가장 커 나뭇잎 속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색소로 단풍이 물들고 그 물결이 남쪽지방으로 흘러 내려온다.

  울진에는 금강송면이라는 행정구역이 있다. 울진에서 봉화를 넘어가는 길목인데 그 행정구역명답게 금강소나무가 봉화와 영양방면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약 26km 길이의 금강소나무숲길이 있다. 해마다 3만 명이 금강소나무숲길을 탐방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17천명이 넘었다. 이것을 소득으로 환산하면 약 1억 1000만 원이 넘는 수치이다.

오랜 옛날부터 동해에서 잡은 고등어가 상하지 않도록 소금에 절여 안동과 영주로 공급하기 위해 넘나들던 등짐장수만 찾던 곳이 지금은 명품 숲이 되어 탐방하는 이용객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2011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160여 개의 산림일자리가 창출되고 돈 되는 산촌으로 거듭나고 있다.

“숲에서 일자리 창출.. 기본에서 시작해야”
 

문재인 정부의 최대 핵심 공약 중 하나는 일자리 창출이다. 올해 실업자수는 약 18만 명으로 지난해 비해 약 1만 명 가까이 늘었다. 전체 실업자 5명중 1명은 장기실업자로 상황은 심각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약 9%에 달하는 청년층의 실업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로 국내 경제성장이 급감을 넘어 거의 절벽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가정이 파탄되는 것은 물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거의 매일 뉴스에 등장했다.

그 해 산림청에서는 ‘공공산림가꾸기’라는 이름으로 숲에서 약 7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물론 벌목작업을 하는 인부도 있었고, 주변 도시림을 정비하는 인부들도 많았다. 하지만 숲에서 희망을 찾는 기회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던 좋은 사례가 있다.

그로부터 약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절 희망을 불어 넣은 숲은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 기계톱 소리와 트랙터가 돌아가는 곳으로 변했다.

이러한 사례를 교훈삼아 또 다시 기본적인 일자리에서 시작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곳으로 변화하기를 희망하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다.

1988년 부산에서 최초 발생한 소나무재선충에 의해 금년에만 전국 방제사업비로 810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기후온난화로 재선충 말고 꽃매미, 미국선녀벌레와 같은 돌발해충도 급격히 늘어난다.

산림청에서는 해마다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을 선발한다. 공중에서는 개략적인 피해면적과 분포구역을 확인하고 지상에서는 소나무의 피해정도와 구체적인 방제 방법을 강구한다.

소나무재선충이 주로 발생하는 경북지역을 관리하는 남부지방산림청에서도 해마다 70여명을 선발해 지상예찰을 실시한다. 이렇게 선발된 예찰단은 단순히 산림병해충 발생지역을 확인하고 방제하는 평범한 사람들로 보일 수 있지만, 산을 지키고 지역사회를 지키는 중요한 일자리이자, 지역 공동체이다.

뿐만 아니라 점점 대형화되는 산불진화를 위해 산불전문진화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도 매년 160여명을 선발하는 등 재난현장에 필요한 인력도 선발하고 있다.


 IMF 시절이 산림은 더 울창하게 가꾸어야할 시기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숲가꾸기 현장으로 투입하여 희망과 숲을 건강하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20여 년간 잘 가꾸어 온 울창한 숲을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생애주기별로 만끽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할 방재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산림보호와 산림일자리 창출이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만들어 갈 것이다.

 숲과 산촌은 지역마다 아름다운 경관, 고유한 특산물, 다양한 체험요소 등을 보유하고 있어 고용창출에 유리하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핀란드,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등 산림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산업화하여 국부창출과 경제발전에 적극 활용중이며, 미국, 일본, 스위스, 독일 등에서는 관광.휴양자원으로 활용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촌지역의 정주공간 확보와 연계하여 조림-숲가꾸기-벌채·이용-재조림 등 산림자원의 순환이용체계를 구축하여 1.2차산업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산림관광, 교육·치유, 산림레포츠 등 산림과 연계된 3차 산업의 모델을 더욱 확산 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산촌마을에서는 다양한 산촌체험을 통해 또 다른 먹거리 산업을 창출시키고, 먹거리산업은 현지에서 공급되는 유기농재료를 생산하기 위한 친환경 설비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 임업인들이 흔히 하는 말중에 “현재의 나무를 보지 말고 미래의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지금 당장 양질의 일자리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실망할 수도 있지만 산림자원을 활용한 산업으로 연계시킬 경우 새로이 만들어지는 산림일자리는 무궁무진하다. 우리 젊은이들도 멀리 숲을 보는 지혜를 갖고 숲에서 많은 도전을 기대해 본다.

경북 = 노창길 기자 cgno@kukinews.com

노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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