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으로 촉발된 불안감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9월 소비자상담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리용품 관련 상담이 52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9건)보다 58배 이상 급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가 안전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 독성화학물질 전문가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과장된 논란’이라고 진단한다. 어설픈 연구와 정부의 어설픈 대응, 그리고 언론의 부풀리기가 전 국민적인 케모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정의하는 명쾌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어요. 수백종의 화학물질을 하나로 묶어 독성물질이라 칭하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지난 30일 서강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휘발성유기화합물 자체가 독성물질로 치부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하는 특성을 가진 유기화합물을 뜻한다. 그 종류만 해도 수백종에 이르며, 연구자의 기준에 따라 개체 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과학은 언어가 중요한 학문이다. 밝히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납득할만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연구가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인체 위해성 의혹을 제기하려면 과학적 입증이 선결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전문가라면 확실한 입증 자료가 없는 한 발표나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의 불안심리는 끝없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식약처의 안전성 검사를 신뢰해도 된다는 것일까. 김 교수는 “식약처의 검사과정이 완벽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다만 두 연구결과에서 검출된 VOC 중 벤젠,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은 나노그램 수준으로 매우 적은 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유소에서 나는 냄새, 유성잉크의 냄새에서 VOC양을 측정하면 밀리그램(mg)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생리대에서 검출된 VOC는 밀리그램의 100만분의 1수준인 나노그램(ng) 수준에 불과하다"며 "화학물질의 독성은 양에 비례한다. 독성물질이라고 하더라도 미미한 양에서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휘발성유기용매는 배출이 되는 물질이다. 인체에 흡수됐다고 하더라도 금방 날아가고, 먹었다고 한들 배출이 된다"며 "사람들이 숫자에 매몰돼 있다보니 단위가 무엇인지 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회용 생리대에서 검출된 화학물질의 가장 큰 원인은 생리대 바깥에 있는 접착제였다"며 "접착제 부분은 여성의 피부와 접촉할 가능성이 없다. 또한 접착제 부분은 비닐로 막혀있는데 휘발성유기용매는 보통 비닐을 통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리대 안전성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의학적 확인이 필요한 문제"라면서도 "화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위해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일회용 생리대를 3시간 이상 오랫동안 착용할 경우 세균증식으로 인한 독성쇼크증후군 위험성이 훨씬 심각하다고 본다"며 "적정 사용시간을 지키고, 청소년에게는 관련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