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와 결합한 가전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백색가전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국내 가전제품들이 활약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 구도도 심화되는 가운데, 다가올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누가 승기를 거머쥘지 이목이 집중된다.
업계 선두주자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내세워 국제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Traqline)’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브랜드별 주요 생활가전 시장에서 19.3%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1위를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계 점유율을 따져서 산정해도 전년 동기 대비 2.1%p 상승한 18.9%다.
프렌치도어 냉장고(상단에 위치한 냉장실이 좌우로 열리고 냉동실이 하단에 위치한 3도어 이상의 대형 냉장고)인 ‘패밀리허브’와 세탁기 부문의 ‘플렉스워시’가 판매량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백색가전인 냉장고를 흑색으로 출시, 차별화 전략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한 LG전자(15.7%)와의 차이는 3.6%에 불과하다. 업계 안팎으로 아직도 ‘백색가전은 LG전자가 앞서고 있다’는 평이 많다.
‘가전 명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LG전자도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 집중, 지난해 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트윈워시 세탁기,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은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9일 뉴욕타임스 계열사인 상품추천 사이트 ‘더 스위트홈’이 정한 최우수 세탁기에 LG전자의 ‘WM3770HWA’이 뽑히기도 했다.
LG전자의 저력은 3분기 실적에서 고스란히 증명됐다. LG전자 생활가전 담당 부서인 H&A사업부는 올해 3분기 매출 4조9844억원, 영업이익 4249억원, 영업이익률 8.5%를 달성했다. 매출액,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역대 3분기 기준 최고치를 찍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가전 부분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전사업을 맡고 있는 CE(소비자가전)부문은 3분기 매출 11조1300억원, 영업이익 4400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4.3%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3.4%p 줄어 부진한 성장세를 보였다.
LG전자가 기업의 수익성 지표를 뜻하는 영업이익률에서 삼성전자를 월등히 앞선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도 “묵묵히 저희가 잘하는 것을 해 나가겠다. 타사의 제품과 직접 비교하는 등의 광고는 앞으로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가전제품 사업 강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CE부문장에 김현석 사장을 선임했다. 김 사장은 지난 2일 생활가전사업부장도 겸임하게 됐다. 김 사장에게 생활가전 부문의 실적 향상이라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은 디스플레이 부문의 전문가”라며 “신설된 연구소인 삼성리서치장까지 맡은 만큼 (생활가전 부문 실적의) 반등을 꾀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가올 4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가 LG전자로부터 ‘가전명가’ 타이틀을 뺏어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