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인 비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및 2017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결과 30세 이상 남성 2명 중 1명(43.3%)이, 여성은 3명 중 1명(30.0%)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생들의 건강행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주 5일 기준으로 하루 1시간 이상 신체활동 을 하는 청소년은 남학생 5명 중 1명(19.5%), 여학생은 13명 중 1명(7.5%)에 그쳤다. 또한 남녀 5명 중 1명은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비만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전국 초·중·고 표본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생건강검사표본조사에 따르면, 비만학생 비율은 2007년 11.6%에서 2016년 16.5%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 비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정소정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7일 질병관리본부의 조사결과 발표회에서 “청소년 비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야 한다”며 “2014년 OECD 국가의 성인 비만 유병률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반면 같은 해 발표된 어린이들의 과체중이 포함된 비만 유병률 자료를 보면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모든 연령에서 비만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소아청소년의 고도비만이 급증하고 있다. 미래의 질병 발생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이 친구들은 비만으로 인한 대사질환 등 합병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만 문제가 있지만 리스크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없다. 비만 경계군 관리 체계가 시급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은 사회경제적 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2009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수준과 학력이 낮을수록 체질량지수(BMI)가 높게 나타났다, 즉 소득수준이나 사회적 관심이 낮은 환경일수록 건강한 음식 섭취와 생활습관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져 비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비만율이 높은 것이 세계적 추세”라면서도 “우리나라는 교육제도와 아이들에게 학습을 일순위로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아이들의 비만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고도비만인 아동·청소년과 부모를 대상으로 비만상담과 생활습관 교육 등을 제공하는 장기 중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많은 부모들이 비만은 나쁜 것이고, 비만이기 때문에 덜 먹고, 운동할 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에 아이들은 나만 힘들게 벌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등 역효과가 난다”며 “가능하면 가족 전체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하는 생활습관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운동도 부모가 시키고 싶은 운동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운동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비만인 아이들이 생활 현장에서 교육·관리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동네 보건소 등 지역사회에서 비만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