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용현동 갯골수로를 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계획시설 변경 제안이 인천시에 의해 거부되자 주민들과 승주는 2007년 1월 30일 인천지방법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청구기간 경과로 인해 청구는 기각됐다. 이에 승주는 같은 해 9월 28일 이번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각하됐다. 문제의 초점을 잘못 맞춘 탓이었다.
인천시가 도시계획시설 결정에서 용현 갯골수로를 유수지로 고시한 것이 공유수면매립법상 위법하다는 점을 파고들어야 했는데 ‘제2차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고시 반영조건 이행협의서’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잘못이었다. 때문에 승주가 도시관리계획시설 결정의 변경을 입안할 법규상·조리상 신청권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된 것이다.
승주는 서울고등법원에 상소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인천시의 입안 제안 거부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하면서도 승주가 도시관리계획시설 결정의 변경을 입안할 법규상·조리상 신청권이 있는 이해당사자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반전, 또 반전
승주는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런데 용현5동 주민들의 원성이 빗발치자 인천시장이 주민들 및 승주 대표와의 면담에서 대법원 상고 취하 시 도시관리시설계획을 변경해 주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2010년 3월 29일 상고를 취하했다. 이어지는 수순은 당연히 도시관리시설계획 변경 입안제안이었다. 승주는 2010년 9월 13일 인천대학교의 수리검토를 거쳐 다시 입안제안을 했고, 드디어 시도도시계획 분과위원회에 상정하는 데에 이르렀다.
주민들도, 승주도 이제 절차의 진행만을 기다리면 될 일이라 여겼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모 고위 공무원이 인천시에 대한 정기감사에 맞춰 도시관리시설계획 변경이 승주에 특권을 주는 것이라고 감사원에 허위제보를 했다.
이에 감사원은 2012년 7월 27일 ‘유수지가 자연재해 등에 대비해 설치한 도시계획시설이므로 일부를 물류단지 등으로 변경토록 도시관리시설계획 변경입안을 추진하더라도 당초 유수용량이 축소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라’는 요지의 조치사항을 인천시에 통보했고, 이를 근거로 입안제안은 또 다시 반려됐다.
주민들의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감사원의 통보가 시설계획 변경을 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님에도 입안제안을 반려한 것은 주민들을 우습게 여긴 처사라며 분개했다. 용현5동 주민 2 625명이 2013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 민원을 냈다.
국민권익위는 그간의 경위와 현장조사까지 마친 뒤 2014년 4월 10일 조정서를 작성, 국민권익위원장, 인천시 정무부시장, 주민, 승주 등이 이에 서명했다. 승주는 감사원 처분에 따른 유수용량 유지 방안이 포함된 시설변경 입안 제안서를 인천시에 제출하고, 인천시는 행정절차 이행에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조정 내용은 민법 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으므로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에 대한 이행 청구권이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쯤 되면 문제가 풀릴 법도 했다. 더욱이 2015년 7월 13일 해양수산부가 변경 고시한 제3차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에 따라 2015년 1월 7일 유정복 현 인천시장과 승주 간 갯골수로 상부지역을 공공 및 물류유통시설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한다는 내용의 ‘용현지구 공유수면 매립 환경개선사업 협약서’까지 맺었으니 주민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천시는 2015년 8월 31일 승주의 매립면허 신청(7월 13일)을 반려했다. 매립예정지가 유수지로 돼 있으니 매립이 불가하며, 매립면허 승인을 위해서는 도시관리계획시설 결정 변경 또는 폐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승주로서는 또 다시 도시계획시설 변경 입안 제안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되풀이하는 것 외에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2015년 12월 8일 승주는 다시 변경 입안을 제안했다. 이후 보완을 위해 제안을 취소한 뒤 해를 넘겨 2016년 3월 4일 다시 제안했지만 인천시는 4월 7일 행정소송 결과, 감사원 감사처분 결과 등을 들어 제출서류 일체를 반송 처리했다.
갈길 먼 주민숙원사업
모든 게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그간 시위도 하고 서명운동도 벌여 왔던 주민들은 격노했다. 국민권익위 조정도 안 먹히고 시장이 맺은 협약도 통하지 않으니 공무원들이 국가기관과 시장은 물론 시민 위에 군림하는 꼴이었다.
2016년 7월 14일 승주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2월 14일 드디어 중앙행심위의 재결이 나왔다. 승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갯골수로 상부지역을 유수지로 유지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성과 그로 인해 입게 될 승주의 사익 사이에 정당하게 이익형량을 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인천시가 승주의 도시계획시설 변경 입안제안을 반려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기에 반려를 취소하라는 것.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었다. 승주가 지난 4월 3일 매립면허를 신청했음에도 법적 처리시한인 6월 28일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신 인천시는 면허를 약속하며 용현 갯골수로 하부(학익유수지)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지위를 포기하는 각서를 쓰라고 종용했다. 승주는 이른바 ‘을’의 입장에서 ‘갑’인 인천시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아직까지도 매립면허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8월 말 하부지역 매립 타당성과 경제성 평가 및 상부지역 매립가능 여부를 진단하는 내용의 용역을 인천발전연구원에 맡겼다.
이제 일이 풀리는 것일까? 이에 대해 용현동 환경개선추진위 최관재 부위원장은 “용역을 줄 필요도 없는 일”이라며 “시간을 끌다가 또 안 해주려는 꼼수”라고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3회로 이어짐>
인천=조남현 기자 freecn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