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총협, 입학금 축소계획 조사 거부
국가장학금 운영비 전용 등 요청
교육부, 수용 불가 입장 확인
정부와 대학 간 전개되고 있는 사립대 입학금 폐지 논의가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장학금 및 재정사업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폐지를 유도하고 있지만, 사립대들은 손실분을 충당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며 맞서고 있다.
최근 전국 156개 사립대 총장이 참여하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교육부 학부 입학금 단계적 감축 계획 조사 의견 유보 건’이란 제목의 공문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공문에는 입학금 감축 계획이 ‘입학금 제도개선 3자 협의체’(교육부·사총협·학생대표)를 통해 논의되고 있는 만큼 교육부의 별도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교육부는 지난 1일 전국 각 사립대에 입학금 감축 방안을 마련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한 셈이다. 교육부는 현행 입학금의 약 20% 정도만이 입학 업무와 직결되는 비용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13일까지 사립대들의 이행 계획을 받아 검토한 뒤 국가장학금Ⅱ 유형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9일 열린 입학금 제도개선 협의체 2차 회의에서 정부와 사립대 간 입장차는 재차 확인됐다. 입학금의 40% 가량을 실제 소요비용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사총협은 이날 회의에서 손실 충당 대안으로 국가장학금Ⅱ 유형 일부를 교육 운영비로 사용할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학비 경감 노력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금Ⅱ는 학생에게 돌아갈 몫으로, 대학 재정에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사립대가 1000억원 가량의 일반재정지원금을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교육부는 이들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장학금의 운영비 전용은 제도 취지에 어긋나며, 사립대에 대한 구분 없는 재정지원은 입학금 폐지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교육부는 협의체 2차 회의 당시 내년에 국가장학금Ⅱ 유형에 4000억원을 지원하고, 내후년에 일반 재정 지원을 진행하는 안을 내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체에 학생 대표로 참여 중인 이승준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사립대들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 그룹에 속한 대학의 경우 입학금을 폐지해도 돌아오는 게 없다는 등의 의견을 내며 보다 강력하게 재정지원을 보장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반면 교육부는 실소요 비용을 20%로 잡은 가운데 제한적 재정지원 범위만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 입장에서 입학금은 전면 폐지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직접적 재정지원책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