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에게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지표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발견됐다.
임현국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치매인지장애센터장)·강동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인지기능이 정상 범주에 속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의 주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침착되어 있는 경우, 뇌의 ‘기능적 동기화’에 변화가 동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의 기능적 동기화란 특정 뇌 영역의 기능적 유사성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특정 뇌 영역의 신경 활성도를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으로 인한 기억력 장애는 대부분 뇌의 기능적 동기화 장애를 통해 발현 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된 원인 물질로서,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기 10~15년 전부터 침착 된다. 그 결과 서로 떨어진 뇌 영역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이 변화된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특정 뇌 영역 내에서의 기능적 동기화에 생기는 변화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임 교수팀은 2010~2016까지 6년간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의 치매 뇌 영상 데이터베이스(Catholic Dementia Brain Imaging Database)에 저장된 영상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인지 기능이 정상인 노인 61명을 대상으로 플로르 베타벤 아밀로이드 PET와 기능 MRI (functional MRI)를 촬영했다. 베타 이밀로이드가 축척된 정상인(A그룹), 축척되지 않는 정상인(B그룹)으로 분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대뇌 침착 여부와 뇌 기능 신경망의 기능적 동기화를 측정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A그룹은 B그룹에 비해 ▲뇌 쐐기 앞 소엽에서 기능적 동기화가 저하되고 ▲저하된 기능을 보상하기 위한 내측 측두엽의 기능적 동기화가 증가되었으며, ▲ 인지장애 발생 예측율이 90% 이상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될수록 쐐기 앞 소엽 내의 기능적 동기화가 저하되고, 치매의 진행에 따른 기능적 뇌손상을 보완하는 뇌 영역 내의 기능적 동기화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한 연구로서, 특히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지만 뇌 내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되고, 이로 인한 뇌손상 과정은 진행하고 있는 전임상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는 인지기능 변화가 나타나기 전이라도 전임상 치매 단계에서 뇌기능의 평가를 함으로써 향후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가능한 예방 요인들을 조기부터 강화하여 치매를 예방하고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다.
최근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 과정을 막을 수 있는 치료제의 개발이 잇달아 실패하였고, 치매가 발병된 이후에는 원인 물질인 베타 아멜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여도 병리 과정의 진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알츠하이머 치매는 조기 진단과 더불어 발병을 예방 및 지연시키도록 예방인자를 조기부터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임 교수는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정상 노인이더라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치매의 병리과정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능 MRI를 이용하여 다각도로 뇌기능의 변화를 평가하고,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양전자 단층촬영을 이용한다면 발병 전에 치매 병리과정 진행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해당 환자에게 최적화된 방식으로 예방인자를 실시간으로 관리함으로써 발병을 최대한 늦추거나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신경과학학술지인 Scientific Reports 2017년 10월호에 게재됐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