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전 감독 “축구협회, 새로운 시도로 변하고 있다”

차범근 전 감독 “축구협회, 새로운 시도로 변하고 있다”

차범근 “축구협회, 새로운 시도로 변하고 있다”

기사승인 2017-11-29 14:43:13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한국 축구의 변화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은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된 헌액식에서 대한체육회 사이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뒤 “지금 축구협회는 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차 전 감독은 “팬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게 느껴지겠지만 제가 보는 눈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많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 서로가 부딪히고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크게 다를 수 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요즘 여러 사회생활을 보면서 역지사지라는 말이 가르치고 있다. 상대 입장을 내 입장으로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모든 것을 바꾸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식구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모든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다면 서로 소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 자리에도 축구를 위해 일하는 많은 분들이 모였다. 나의 입장에서만 보지 말고 상대 입장과 자리에서 한번쯤 보도록 노력합시다. 그런 뒤에 우리 함께 고민합시다”라고 당부했다.

차 전 감독은 1953년 5월 생으로 고려대학교 졸업 후 청소년 국가대표(1971~1972), 국가대표(1972~1978) 등으로 활약했다. 1979년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데뷔해 1989년까지 프로선수로 뛰었다. 1990년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1998 프랑스 월드컵 국가대표팀, 선진 핑안(중국), 수원 삼성 등을 이끌었다.

이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차 전 감독은 유소년 축구교실 등으로 한국 축구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아래는 차범근 소감 전문이다.

<차범근 입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축하해주고 싶어서 발걸음 해 주신 여러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스포츠 영웅, 저는 작년에 이런 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사실 작년에 이 상에 관심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투표하라고 문자도 보냈다. 김연아 앞에서 가당치도 않았다. 제가 투표했다면 마찬가지로 김연아를 뽑았을 것이다.

박찬호, 박세리 같은 쟁쟁한 후배들 사이에서 관심을 갖는 건 즐거웠다. 한편으로 절대강자 김연아가 수상하면 내년엔 내 순서가 오지 않을가 기대를 해 봤다.

그런데 올해에는 이런 준비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가 선정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축구계 사정이 그리 편치 않았기 때문에 즐거운 일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다시 한 번 저를 스포츠 영웅으로 뽑아준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비록 나이 순서로 저에게 상이 왔다고 해도 저는 즐겁고 자랑스럽다.

세계역사학회가 저를 21세기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선정을 해 주었을 때보다 더 깊은 의미를 느낀다. 저는 이 상을 제 인생에서 18살에 받았던 한국일보 신인상과 함께 가장 자랑스러운 상으로 기억하고 싶다. 저에게는 차범근 축구 인생에 디딤돌과 마침돌이 되어준 상으로 생각하고 싶다. 19살, 만으로 18살에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서 지금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됐다. 라디오로 중계를 듣다가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흑백 티비를 보던 때에서 실제와 똑같은 칼라 티비를 보게 되었다. 이제는 손바닥만한 핸드폰으로 세계 모든 스포츠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반세기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저를 기억했던 분들께, 저와 함께 흑백티비를 봤던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를 차범근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있다. 저를 차두리 아빠로 기억하는 분들 빼고, 저는 축구선수 출신이다. 내일 피파 회장 초청으로 모스크바 조추첨식에 가야 한다. 우리가 좀 더 경기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칭찬을 받지 못하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싶다. 팬들도 한국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나이가 들다 보니 거의 모든 이들이 후배고, 제자고, 자신들이었다. 선수뿐 아니라 일선 지도자들, 행정자들, 기자들까지도 꿈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축구는 이들의 꿈과 열정을 먹고 건강하게 발전한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그리 신명나게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풀 죽어있고 더러는 좌절하고 있다. 축구인으로 모든 것을 누리고 온 저로서는 미안하고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던 차에 대한체육회로부터 스포츠 영웅이라는 큰 상을 제게 주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이 상은 나에게 책임을 묻는 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신이 번쩍 났다. 지금 축구협회는 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팬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게 느껴지겠지만 제가 보는 눈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많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 서로가 부딪히고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크게 다를 수 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는 요즘 여러 사회생활을 보면서 역지사지라는 말이 가르치고 있다. 상대 입장을 내 입장으로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모든 것을 바꾸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식구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모든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다면 서로 소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자리에도 축구를 위해 일하는 많은 분들이 모였다. 나의 입장에서만 보지 말고 상대 입장과 자리에서 한번쯤 보도록 노력합시다. 그런 뒤에 우리 함께 고민합시다.

아내가 저쪽에 앉아 있다.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늘 함께 왔다. 이유는 한 가지다. 혹시나 내가 말을 많이 할까봐 지키고 있는 거다. 나이가 드니깐 말이 많고 자꾸 길어진다. 이만 줄이겠다.

마지막 한 말씀 드리겠다. 저는 축구를 평생 사명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저는 정말 주인공 역할만 하면서 살아왔다. 제가 받아야 할 많은 어려움들, 지금까지 다 내 대신 화살도 맞고 어려움도 대신 다 받았는데, 오늘은 우리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앞으로 이런 사명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데 운전대를 잘 잡아달라고 부탁하겠다. 다시 한 번 이 상을 주신 여러분과 대한체육회에 감사하다. 부족하지만 한국축구, 더 나아가서 스포츠인으로서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겠다. 이자리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

송파 |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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