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의사가 혼자 진료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모든 진료실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는 날이 몇 년 안에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열린 ‘2017 미래의학포럼’에서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진료 그리고 문재인케어’에 대해 발표했다.
가천대길병원은 지난해 12월 암 진단용 인공지능(AI)인 IBM 왓슨(Watson)을 도입, 인공지능을 활용한 암진료를 추진 중이다. 길병원 이후 5개 병원이 추가로 ‘왓슨’을 도입하면서 국내 암환자에게 왓슨은 의료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언 단장은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을 통해 병원 간 편중문제를 해소, 의료의 평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국내 암환자 70%가 빅5 병원에 지나치게 집중돼있다. 환자들이 큰 병원에 가는 이유는 많은 경험을 보유한 만큼 실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라며“하지만 병원 쏠림은 환자들에게도 의료진들에게도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병원의 30분대기, 3분 진료, 최소 3개월 예약대기는 당연한 현상이고, 대학병원 내에서도 ‘명의’로 불리는 일부 의사에게 또 다시 환자가 쏠리고 있다”며 “어마어마한 의료비가 낭비되고 있고 환자들은 치료시기를 놓치고 있다. 의사들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빅5병원 위주의 병원쏠림의 대안으로 ‘인공지능’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향후 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진료비용은 최소로, 진료의 질은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부했다. 환자들에게 신뢰도를 높여 병원 이탈율을 감소시키고, 의료의 탈중앙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왓슨을 활용하면 최상의 진료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수많은 환자 사례가 담겨있기 때문에 진료의 정확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환자들에게도 신뢰를 주고 있다. 지난 1년간 시행해보니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강조했다.
진료 현장에서는 각 분야별 전문의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환자상태를 진단하고, 왓슨의 진단을 참고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단장은 “보통 암진료를 환자 당 20~30분 정도 본다. 그런데 인공지능 진단에는 6명의 의사가 동원되기 때문에 180분 진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황제진료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의료비가 새는 곳을 우선 막지 않으면 ‘밑 빠진 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단장은 “가장 먼저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의료비를 막아야 한다고 본다”며 “일단 돈이 새는 부분을 막고 재정이 투입돼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