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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2018 러시아월드컵 조 추첨식 후 한국이 굴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은 조에 편성된 독일, 스웨덴, 멕시코가 하나 같이 한국을 반드시 밟고 지나가야 할 최약체로 꼽았기 때문이다.
내년 6월18일 첫 상대인 스웨덴의 일간 매체 ‘익스프레션’은 “우리가 첫 경기에서 한국을 만나며 이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스웨덴 대표팀 수비수이자 주장인 그란크비스트는 “첫 상대가 한국인 것은 행운이다”라고 표현했다.
맥시코 매체 ‘메디오티엠포’는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드리블로 한국에 굴욕을 선사한 콰우테모크 블랑코를 초청했다. 이 매체는 당시 한국 수비수 사이에서 ‘개구리 점프’를 한 블랑코 영상을 틀었다. 블랑코는 “한국은 멕시코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겼던 팀”이라며 비아냥거렸다.
독일 역시 한국을 눈여겨보지 않고 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차이퉁(Tageszeitung)’에 따르면 요하임 뢰브 독일대표팀 감독은 스웨덴, 멕시코에 대해 각각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팀’, ‘믿지 못할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유한 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선 “차범근은 최고의 선수”라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그는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을 알고 있다”고 말할 뿐 한국의 전술적 평가를 하지 않았다. ‘빌트’는 신태용 감독과 뢰브 감독의 유사한 패션 감각을 비교하며 “뢰브가 자신의 클론과 대결한다”고 조롱했다. 이 매체는 “둘은 유사한 패션감각을 지녔지만 정작 커리어에선 전혀 닮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본선에 오른 팀 중 상위라운드 진출을 목표로 하지 않는 팀은 없다. 최소 1승1무는 올려야 16강 진출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세운다면, 조에서 가장 약한 팀을 1승 제물로 삼는 건 당연하다.
냉정히 말해 한국은 F조 최약체다. 디팬딩 챔피언 독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스웨덴, 멕시코에게도 한국은 먹잇감이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한국의 유일한 1무 상대였던 러시아는 2무1패로 알제리(1승1무1패)에 뒤져 탈락했다. 직후 러시아 매체는 “반드시 잡아야 했던 한국에게 비기면서 떨어졌다. 그들에게 실점 없이 2골을 넣었다면 우리는 조 2위가 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러시아는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프의 클리어 미스로 실점을 허용하며 한국과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미난 실험을 했다. F조 한국과 타국간 피파랭킹 차이를 그대로 한국 피파랭킹에 더해 실제로 멕시코, 스웨덴 등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를 가늠한 것이다. 11월 기준 한국 피파랭킹은 59위다. 독일(1위), 스웨덴(18위), 멕시코(16위) 피파랭킹을 빼면 각각 58, 41, 43위 차이가 난다. 이 수치를 한국을 기준으로 더하면 각각 키르기스스탄(117위), 엘 살바도르(100위), 카타르(102위)가 나온다. 한국이 만약 이들과 월드컵에서 만난다면 어땠을까.
이 모두가 현실이다. 비단 F조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 국가들도 자신들의 조에 한국이 포함되길 기대해 마지않았을 것이다. 한 외신은 “한국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등에 고전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이번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가장 만나고 싶은 팀이었다고 전했다.
한국의 ‘도전자’ 타이틀은 어쨌든 긍정적이다. 신 감독과 주장 기성용 등 대표팀 소속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상대가 누구인지보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가장 최근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권창훈(디종) 등 공격수들이 소속팀에서 연달아 득점포를 가동하며 좋은 폼을 유지 중이다. 도전자는 목표는 높게 잡되 노력은 그 이상으로 해야만 기존의 강자를 쓰러뜨릴 수 있다. 해외 매체의 조롱을 놀람과 두려움으로 바꾸는 건 전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